소서(小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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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小暑)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19.07.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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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들며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로, '작은 더위'라 불리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절기, 태양이 황경 105°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이 시기에는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오래 자리 잡아 습도가 높아지고, 장마철을 이루는 수가 많다.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에 소서는 15일간을 5일씩 3후(三侯)로 나누어서, 처음 초후(初候)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다음 중후(中候)에는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 다니며, 마지막 말후(末候)에는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한 절기 앞선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모를 낸 20일 뒤 소서 때는 논매기를 했고, ·콩·조들도 가을보리를 한 하지 무렵에 심었고, 소서 무렵에 김을 매줬다. 또 이때 퇴비(堆肥) 장만과 논두렁의 잡초 깎기도 했다.

요즘은 다양한 제초제와 기계화로 인해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나 과다한 제초제와 농약살포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땅을 죽이고 자연을 죽이는 농법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며 벌레와 지렁이와 공생하는 생태농법, 유기농법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농사에 있어 진짜 농군이라면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이 있으니, 그것은 '무농약', '무제초제', '무화학비료'입니다.

농약을 쓰지 않으려다 보니 메뚜기와 각종 병충해가 들끓어 이를 감당할 농법을 개발해야 하고, 제초제를 쓰지 않으니 사흘이 멀다고 김매기와 피사리로 허리 펼 날이 없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려다 보니 퇴비와 유기질 비료를 만드느라 일손을 다 뺏겨야 합니다. 3무의 원칙을 지키며 농사짓는다는 것이 엄청난 고통일 것입니다.

허나 진짜배기 농사꾼,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농군이라면 이런 수고를 수고라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남들이 바보 같은 짓한다고 손가락질할지라도 대대로 물려줄 땅임을 안다면, 묵묵히 3무의 원칙 아래 굵은 땀, 진실의 땀을 흘리며 한 뙈기의 논이라도 정성스레 대할 것입니다.

여름 햇살에 고추, 가지가 영그는 절기인 소서에는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까닭에 냉국이나 물김치 같은 시원한 음식이 밥상에 오르기 시작하며 밀이나 보리를 이용한 성질이 차가운 음식들도 제철을 만나는 시기입니다.

밀과 보리는 우리의 주식용 먹거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陰)의 기운을 가졌습니다.

이것은 더운 여름철에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맘 때 가장 맛이 나며,
소채류로는 호박, 생선류는 민어가 제철입니다.

민어는 조림·구이·찜이 다 되지만 이 무렵에는 애호박을 넣어 끓입니다.

특히, 민어고추장국과 회의 맛이 두드러집니다.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날씨일 때야 비로서 곡식들은 절정을 맞이한다는 평범하고 의외인 사실을 여름철 미각을 통해서 곱씹게 하는 계절 소서입니다.

소서와 관련한 말에는 “소서 때는 새각씨도 모 심어라”, “소서 때는 지나가는 사람도 달려든다”, “소서께 들판이 얼룩소가 되면 풍년이 든다”,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주고 간다”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 무렵에 모내기 끝내고 모낸 20일 뒤 소서 때는 논매기인 피사리를 해주며, 논둑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해야 하는 일로 바쁜 시기입니다.

고려사절요 4권을 보면 “소서가 가까워오니, 죄가 무거운 죄수에게는 관대히 하고 가벼운 죄수는 놓아주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역시 바쁜 일손을 거들라는 뜻이겠지요. 또한 상촌 선생집 54권을 보면 소서 15일간을 3후(三侯)로 나누어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귀뚜라미가 벽에서 울며, 매가 먹이 잡는 연습을 한다고 했습니다.

7월 7일은 여름의 시작임을 알리는 소서입니다.

곧이어서 여름 때마다 단골손님 매미 소리가 울리겠죠.

24절기는 현재의 기상 상황이나 기후와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농경생활이 전부였던 과거를 되돌아보면 우리 선조들은 아주 현명한 방법으로 농사의 시기를 가늠하고 대비했습니다.

소서라는 말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과거를 이해하고 선조들의 지혜로운 모습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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