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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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3)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07.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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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과꽃
‘과부(寡婦)를 지켜준 꽃’이 과꽃이다. 그래서 <믿는 마음>이 꽃말인 듯하다. 유래가 있다. 옛날 백두산에 어린 아들과 함께 사는 ‘추금’이라는 과부가 있었다. 추금은 남편이 가꾸어오던 꽃을 열심히 키우고 살았는데, 매파(중매쟁이)의 재혼 설득에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추금의 꿈 이야기 <부부금슬을 자랑하며 추금과 남편은 가뭄이 심해 중국 만주 땅으로 건너가 10년을 농사하며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추금이 갖고 싶어 하는 절벽 위에 핀 꽃송이를 남편이 꺾어 오려고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지고 말았다. ‘앗!’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추금이 뜰로 나가 꽃을 살펴보았다. 밤사이 하얀 꽃이 분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흔들리는 추금의 마음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죽은 남편이 꿈에서나마 일생을 같이하며 죽었구나!’ 추금은 매파로 인해 흔들렸던 마음을 반성했다. 아들이 무과시험 응시를 위해 한양으로 간 사이, 만주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추금을 납치해 갔다. 무과급제한 아들이 오랑캐 진지를 급습해 어머니를 구출해 냈다. 추금이 아들에게 ‘이곳(만주)은 꿈속에서 너의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집이다.’ 남편이 가꾸어오던 꽃과 똑같은 이 꽃을 품에 안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그 후 사람들은 ‘과꽃’이라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야생화, 우리 집 울타리에 심어 꽃피우고 있다. 아름답다.

해당화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섬마을선생님) /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바닷가에서)」 노래 가사 첫 소절이다. 유년시절 따라 부르기도 했고 또 크게 히트한 대중가요(동요)이기도 하다. 이름 명칭에서 보듯, 해당화는 해변가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화단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재작년 이웃에서 뿌리 묘목을 분양받아 심었는데 꽃이 피었다. 해당화는 왜 바닷가에서 자라는 걸까. 유래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바닷가를 거니는데 갑자기 파도가 밀려와 두 사람을 덮쳤다. 남자는 여인을 밖으로 밀어내고 죽고 말았다. 슬픔에 잠겨 우는 여인의 눈물이 흘러내려 시신에 닿자 시체는 사라지고 짙은 분홍색의 애잔한 꽃이 피었는데 해당화이었다. 아름다운 꽃이다. <온화, 미인의 잠결>이 꽃말인데, 해당화는 5~7월 분홍색으로 피고 지름 6~9㎝, 새로 난 가지 끝에 달리고 향이 진하게 나는 특징이 있다.

센토레아꽃
센토레아는 우리말로 수레국화라고 하는 꽃인데 진한 청색으로 아름답다. 올 봄 육묘모종을 구해와 한곳에 모아 심었는데, 꽃을 피웠다. 정원화단의 붉은색 꽃 속에 새파란 센토레아 꽃이 눈에 확 띤다. 이 꽃이 존재함을 알 수 있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센토레아는 지중해연안 원산으로 독일 빌헬름 황제시대 땐 나라國花이기도 했다. 꽃말이 <행복감>인데, 온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서 꽃말이 된 걸까. 높이 90cm 정도, 꽃은 5월에서 가을까지 머리모양꽃차례로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리며 핀다. 청색,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등 많은 품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엔 청색과 분홍색이 들여와 관상, 꽃꽂이로 이용한다고 한다.

모란꽃
모란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 중국에서 모란 모종을 사들여 온 할아버지가 꽃 그림을 어린 손자에게 보여주었는데 손자가 “꽃이 곱기는 하지만 향기가 없는 것이 흠입니다.” 할아버지가 그 이유를 묻자 손자가 “이 꽃에는 벌과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으니 향기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런 손자의 기지에 탄복하며 모종을 심고 꽃이 피기를 기다렸더니 과연 향기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모란꽃은 매우 아름다워 꽃 중의 왕이라 불렸다. 사찰이나 부잣집에서 많이 심어 키우다가 널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부귀>다. 모란의 키는 180~200cm 정도로, 늦은 봄 5월에 새로 나온 가지 끝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여 초여름까지 핀다. 꽃 지름은 15cm가 넘으며 꽃받침 잎은 5개, 꽃잎은 8개 이상인데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르며 꽃잎의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우리 집 화단엔 3년생쯤 되는 모란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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