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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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그리기
  • 김기순 수필가
  • 승인 2019.07.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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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순 수필가

“에구, 또 삐뚤어졌네.”

바빠 죽겠는데 비죽 비죽 자꾸만 빗나간다. 벌써 몇 번째 그렸다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눈썹 그리기는 정말 힘들다.

여성들에게 아침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특히 맞벌이 주부라면 더욱 그렇다. 아침밥 짓기, 아이들 등교시키기, 남편 출근준비에 본인 출근까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문이 있다. 화장이다. 화장을 하고 머리 손질을 마쳐야 생활전선으로 나갈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여성들의 얼굴은 화장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크다. 곱게 화장한 얼굴은 생기발랄해 보이고 예쁘다. 그러나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은 게으르고 어딘가 아파 보인다. 화장이 참으로 묘한 것은 사람의 기분까지 바꿔 놓는다. 아침에 세수하고 화장을 하면 기분도 상쾌하고 밝은 느낌이 들지만,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어쩐지 기분도 우울한 것이 외출할 마음도 나지 않는다.

화장은 삼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일 단계는 기초화장으로서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주어 피부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 단계 베이스메이크업은 피부를 보호하는 방법이고, 삼 단계 색조는 안면의 음양조화를 선명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요즘은 화장술이 얼마나 발달하였는지 성형화장법이라는 것도 생겼다. 마치 성형수술을 받은 것처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얼굴을 변화시키는 화장술이라는데 일종의 착시효과이겠으나 대단한 기술이라 여겨진다.

민낯이 예쁘다는 말은 십대들에게나 통하는 말이고 여성이라면 외출 시 화장을 하고 머리 손질을 단정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귀한 분과 만나는 자리, 예의를 갖춰야 할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연예인도 아니고 그러나 평범한 가정주부가 너무 짙은 화장을 하는 것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한 듯 안 한 듯 본연의 미를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보기에 좋고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화장을 할 때는 본인의 연령대는 물론 착복할 옷이라든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 장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 상견례 자리에 시어머니 될 사람이 미니스커트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타나 혼사가 틀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상견례란 사돈 될 집안사람들이 처음으로 인사하는 엄격한 자리다. 복장은 물론 외모에 신경을 써서 정중히 예를 갖춰야 했거늘, 시어머니 될 사람이 짙은 화장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왔다면 무람없는 태도로서 품격 없는 집안이라 여겨 누가 딸을 시집보내고 싶어 하겠는가. 

여성이라면 거울 앞에 앉아 화장하는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을 것이다. 아름답게 변화되는 얼굴을 보면서 자존감도 느끼고 삶의 의욕도 생긴다면 화장만 한 무기도 없지 싶다.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을 만들기 위해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섀도로 눈을 크고 또렷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기쁨은 여성들만의 전유물 아니었던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영역을 남성들에게 빼앗기고 있어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남성들은 기초화장만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근래 들어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 남성들도 베이스메이크업에 진한 색조까지 한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잘나가던 개그맨이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어디 갔나 했더니 화장하는 남자로 변신해 나타난 걸 보면서, 이제 정말 화장은 남녀의 구분이 없구나 싶은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다.

화장의 화룡점정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뭐니 뭐니 해도 입술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눈썹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목구비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눈썹은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각진 눈썹은 강한 이미지를 풍기는 반면 위로 치켜 올라간 눈썹은 사나워 보이고 초승달처럼 동글고 가는 눈썹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공들여 그린 눈썹이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쳐져 있거나 한쪽은 넓게 그렸는데 한쪽은 가늘게 그려 짝짝이 되었으면 아무리 바빠도 지우고 다시 그려야 한다.

관상학적으로 눈썹은 인간관계를 예측하는 곳이라 하였다. 눈썹은 짙고 결이 고와야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휘하에 추종자가 많으며 연예인이라면 인기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숱이 너무 많고 진해도 풍파를 겪는 관상이라나. 나는 젊었을 때 눈썹 숱이 많아 족집게로 뽑아 주었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숱이 성글어져, 성긴 눈썹을 커버하기 위해 눈썹을 그리는데, 재주가 없는 건지 아니면 그림에 소질이 없는 건지 매일같이 그리는 눈썹인데도 번번이 애를 먹는다. 

나 남 없이 눈썹 그리기는 힘든 작업인가보다. 며칠 전에는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가 숯검댕이 같은 눈썹을 하고 나와 깜짝 놀랐다. 웬일인가 물으니 눈썹 그리기 귀찮아 문신을 했다며 며칠 지나면 옅어질 거라는데 진해도 너무 진해서 쉽게 옅어지려나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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