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 가면 뭐 먹지?…‘지용밥상’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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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 가면 뭐 먹지?…‘지용밥상’ 드세요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7.1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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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순 작가 5년 전 ‘옥천문화’에 제안
郡, 충북도립대 등과 협의, 개발 나서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에 가면 ‘죽통밥’을 먹어야 대나무 관광은 마무리 된다고 할 정도로 죽통밥 먹기는 필수코스다. 전주비빔밥이 그렇고, 강원도 감자경단과 봉평메밀막국수, 춘천 닭갈비가 그렇다. 경상도로 가보자. 부산 밀면과 대구탕, 재첩국 등 전국 유명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특색 음식이 있다. 특별한 미식가들은 이 음식을 먹기 위해 먼 길 마다않고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렇다면 옥천에 가면 뭐 먹지? 아쉽게도 옥천은 13회째 포도복숭아축제와 11회째 옥수수감자축제를 열고 있지만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옥천만의 특색 음식은 전무하다. 생선국수가 있다지만 비린내를 싫어하는 어린 아이들은 손사래를 친다. 서른두 살 지용제를 열면서 매번 평가보고회에서 나오는 지적,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수익형 축제가 돼야 한다”지만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할 한 끼 식사마저 번듯하게 내놀만한 게 없는 것이 옥천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한 문학작가가 수익형 축제를 위해 옥천만의 특색음식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름하야 ‘지용밥상’이다. ‘정지용바라기’를 자청한 김묘순 작가(훈민정음학원장)가 붙인 이름이다.

김 작가는 정지용 산문에 나오는 정 시인이 즐겨 먹던 음식들을 모아 ‘정지용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라는 소논문을 5년 전 ‘옥천문화’에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논문에 어느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다. 분명 수익형 축제는 물론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 김 작가는 본인이 직접 나서기로 하고 지난해 말경 군수실 문을 두드렸다.
군 문화관광과 직원이 동석한 김재종 군수와 면담에서 본인의 논문을 소개하며 군 차원의 개발을 촉구하고 나선 것.

김묘순 작가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2015괴산유기농엑스포를 준비하는 한 대학에서 내게 연구 제안을 했다. 문화예술 분야 여성 역할을 주제로 ‘21세기 여성리더와 유기농의 나아갈 길’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옥천의 먹거리도 연구하게 됐다”고 연구논문 동기를 밝혔다.

이어 “당시 27회째 지용제가 열리고 있었지만 수익형 축제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지용제를 찾은 관광객은 어찌됐건 한 끼 이상은 옥천에서 먹게 되는데...옥천에 가면 이 음식은 꼭 먹어봐야 한다는 특색음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지용밥상’을 제안했다.

김 작가가 정지용 산문에서 따온 음식은 △간회와 개성 찜 △냉면 △튀각 △짠지에 분디를 쌈 △커피, 워드카 △초콜릿 △맥주와 센빼이 등이다.

김 작가는 이들 음식을 옥천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현대적 감각에 맞춰 개발하자고 했다.

대표적인 게 개성 찜에서 딴 ‘지용찜’ 혹은 ‘호수찜’이다. 소, 닭, 돼지고기와 야채 완자(옥천산 옥수수, 감자, 깻잎 등)를 첨가해 만든 보양식이다. 간회는 옥천에서 사육한 소간을 말한다.

냉면은 정지용 시인이 박용철 시인과 금강산을 오르면 먹었던 ‘시커먼 냉면’을 착안해 칡냉면 개발을 제안했다. ‘짠지에 분디를 쌈’은 청산면에서 주로 사육되는 흑염소를 활용한 수육을 씻은 김장김치와 함께 삼합 메뉴를 제안했다.

커피에 대해 김 작가는 “옥천엔 수백 개 커피숍이 있지만 옥천만의 커피는 없다. 옥천만의 커피 브랜드화”를 주장했다. 초콜릿 또한 옥수수, 포도, 복숭아, 배를 곁들인 옥천만의 초콜릿 개발을 강조했다. 맥주는 옥천에서만 생산되는 수제 맥주의 탄생을 기대했다.

김 작가는 “옥천의 친환경쌀로 지은 밥과 (위에서 말한) 지용찜, 서너가지 반찬이 들어가는 1만 원선 지용밥상과 수제 맥주, 튀각으로 차려지는 지용술상을 개발해 옥천만의 특색음식이 만들어진다면 평상 시 지역 상권과 축제 때 옥천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구체적 메뉴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음식을 그대로 답습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농산물을 접목해 재창조해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 옥천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자는 것”이라며 “어디나 똑같은 축제는 안 된다. 옥천에서만 볼 수 있는 축제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애정어린 고언을 남겼다.

이 같은 김 작가의 애틋한 지역사랑에 행정이 답하기 시작했다. 군은 충북도립대, 향토음식연구회 등과 협의를 통해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문학의 고장 옥천이 문학과 음식을 접목해 옥천만의 특색음식을 개발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전통문화체험관 등이 완공되면 옥천은 관광인프라가 잘 구축되는 만큼 먹거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향후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올 안으로 대안이 마련되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적 시인 정지용을 탄생시킨 옥천. 그만을 바라보며 수십 년 연구해온 한 문학작가. 둘의 인연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먹거리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지용밥상’, ‘지용술상’의 탄생이 시작된 것이다. 내년 서른세 번째 지용축제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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