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에도 우리는 가겠다?
상태바
日 경제보복에도 우리는 가겠다?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7.25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학생 31명 일본 교류방문 계획
험한·불매운동 확산에도 찬성 많아
주민들 “정확한 역사의식 아쉽다”
농기센터 복숭아·자두농가 연수 취소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 옥천군 중학생 교류방문 추진을 놓고 학부모·학생은 물론 주민들 간 여론이 분열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은 중학생 31명을 포함 40명이 다음달 7일~11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아오모리현 고노헤마치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지난 1997년 고노헤마치와 자매결연한 뒤 청소년·공무원 교류사업으로 매년 상호 오가며 방문하고 있다. 이번엔 우리 지역 청소년들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반일감정과 일본 내 험한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취소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부모 A씨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식민지 강탈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경제보복을 일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들의 단결을 당부하고 있는 상황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정확한 역사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라며 “청소년들에게 역사적 교육 차원에서도 일본 방문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언제까지 일본을 등질 수 없다. 청소년들에게 우호협력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류방문 추진을 놓고 군과 교육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민감정과 분위기를 볼 때 추진엔 무리가 따르나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추진에 찬성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19일 군, 옥천교육지원청, 학부모,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 끝 찬반투표에서 참가학생 31명 중 찬성 12, 반대 8, 기권 10, 불참 1명으로 일본 방문 추진을 원했다.

지난 5월 여행사를 통한 항공권 발권 비용도 걸림돌이다. 발권수수료는 1인당 14만 원.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다음 달부턴 2만 원이 추가된다. 따라서 군은 이달 말까지 양국 정세와 여론 등 분위기를 보고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다. 험한정서가 심해진다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갈 수 없다”며 여론살피기에 나섰다.

옥천군이 청소년 일본 방문을 놓고 고민에 빠진 것과 다르게 농업인들의 일본 연수는 일찌감치 취소했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다음달 30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 야마나시현으로 연수를 떠날 계획이었다. 농기센터의 해외연수는 매년 분야를 나눠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복숭아, 자두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참여농가는 복숭아와 자두농가 총 19명이다. 1인당 경비는 185만 원으로, 이중 군은 129만5000원을 부담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강력 반발하며 옥천 농민들이 일본행을 접은 것이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격화되는 상황에 정서상 맞지 않고 내부 결정과 농민들의 협의를 통해 취소하게 됐다”며 “내년에 복숭아, 자두농가를 대상으로 다시 진행하되 연수국가는 향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교류사업이어서 쉽게 취소하지 못한다는 옥천군. 그러기에 청소년들에게 일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역사의식 고취를 위해 취소돼야 한다는 학부모들. 일본의 경제보복은 우리의 작은 농촌도시마저 분열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