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과 지방살 무엇이 다를까?
상태바
물살과 지방살 무엇이 다를까?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7.25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팔뚝 뒤에 늘어지는 살을 보며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다. 늘어진 살을 만지며 이 물살을 어떻게 하면 뺄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해부생리학적으로 말하자면 팔뚝 뒤에 늘어진 그 살은 물살이 아니라 지방살이다. 지방조직의 수분함유량은 20~25%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은 지방과 결체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은 근육이야말로 ‘물살’이다. 왜냐면 근육조직은 70% 이상이 수분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을 빼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살이 의미하는 것은 지방살이다. 우리 몸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자의 경우 40% 내외이고, 여자는 25% 정도이다. 이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줄어들고, 반대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사르코페니아(sarcopenia)라고 하는데 노인형 비만이라고도 한다.

요즘엔 무조건 굶는 것을 반복하는 다이어트 때문에 여성 중에 사르코페이아와 비슷한 저근육형비만이 많은데, 이를 겉으로는 여윈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체지방이 많다고 해서 토피족(Tofi: thin outside, fat inside)으로 불리기도 한다.

몸에 근육이 많을수록 당연히 체내 수분도 많이 갖게 된다. 몸에 수분이 많으면 여러 가지 생리적인 이점을 갖는데, 그 중에서도 두 가지 이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 하나는 혈액이나 림프액의 순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의 점성도가 높아지고 혈전의 생성위험도 높아져서 뇌졸중이나 허혈성심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

또 한 가지의 이점은 체온조절능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요즘과 같은 무더운 여름철 이 능력은 매우 중요한데, 체내 수분보유량이 많으면 이 체온조절에 이점을 갖게 된다. 즉 체내 수분의 보유량이 많을수록 땀을 분비하거나 피부혈류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높아진 체온을 밖으로 발산시키는 능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몸에 지방조직이 많을수록 몸에 수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게 된다. 비만할수록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보고 몸에 수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지방조직에는 수분이 매우 소량 포함되어 있어서, 체지방이 많을수록 몸의 수분보유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

비만할수록 두꺼운 피하지방층이 체온을 밖으로 발산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차단제 역할을 하므로 쉽게 체온이 상승하고, 그 결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일 뿐이다. 또 몸에 수분이 적어서 똑같은 조건에서도 더 쉽게 탈수상태가 초래된다.

그러므로 살을 뺀다고 할 때 어느 살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의 체중 감량 효과를 선전하는 소위 유행성 다이어트는 체지방은 제대로 감소시키지 못하고 수분이나 근육의 위축을 통해 체중을 줄이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무턱대고 체중계 위의 숫자에만 집착하는 다이어트는 실패하기 쉽다. 다이어트를 하는 근본 목적은 몸매를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몸을 보다 슬림(slim)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몸을 보다 슬림하게 보이게 하는 방법은 체지방은 줄이고 대신에 근육이나 수분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즉 물살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근육조직은 밀도가 높아서 같은 무게의 지방조직보다 약 20% 정도 부피가 적게 나간다. 보기 좋은 몸매를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지방살은 줄이고, 물살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보기 좋은 몸매를 갖게 하면서 보다 장기적이고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비결이다. 

많은 경우에 체중이 정체되는 시기가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것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체지방이 감소하는 대신에 밀도가 높은 근육조직과 수분이 증가하여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므로 체중계의 숫자만으로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내 몸에서 ‘지방살’의 비율이 줄고 건강한 ‘물살’이 점차 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