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외면한 이 사람을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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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외면한 이 사람을 그가…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7.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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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칠방교회 전명선 목사
이원면 칠방교회 전명선 목사

모두가 외면한 사람이었다. 술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씻지 않아 가까이 가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손과 발은 물론이고 얼굴도 새까매 사람의 형상이라고 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대로 두면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마을 주민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주민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이원면 칠방교회 전명선(61) 목사다.

전 목사는 의료보험공단 옥천군지사를 찾아가 요양시설로 모실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서류상 아들이 있어 타인이 신청하는 건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요양등급 신청이 전 목사의 끈질긴 두드림으로 성사되었다. 현재 A씨는 요양원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른 사람이 못 알아볼 정도로 건강도 호전되었다. 시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던 며느리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A씨의 손주를 데리고 요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처음에 도움을 주고자 다가갈 때 폭력성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많이 걱정했다”며 “이 모든 것이 기우였고 지금은 술도 안 드시고 담배도 찾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이어 “단지 눈에 보여서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서 행한 것뿐”이라며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 동생들의 도움으로 서로 상의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양원에 가면 “‘목사...목사’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떤 이유로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거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맘먹고 작정해서 하는 것은 없다. 다만 눈에 보여서 하는 것으로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눈 것뿐인데 그분들은 더 크게 기뻐하고 마음을 내어주니 내가 더 기쁘더라”고 했다.

전 목사의 선행은 이번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홀로 거주할 수 없는 독거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동사무소를 찾아가 협조를 얻고 시설에 모신 분이 몇 분 더 있다.

전 목사는 대전에서 전도사역을 7~8년 하다 목사 안수를 받고 2014년 청성면 금강유원지 부근으로 귀촌했다. 대전에서부터 전도사로 있을 때 홀로 사는 독거노인을 찾아가 반찬, 김치 나눔 봉사를 실시했다.

또한, 도배, 장판 등 집 고쳐주기 도움 봉사를 꾸준히 해 왔다. 2015년 칠방교회 담임목사로 오게 되면서 “이곳에서 지역민을 섬길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며 “많은 분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소망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계획이 없다”며 “하늘이 허락한 삶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전 목사의 눈빛이 온화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곧 가장 낮은 곳에 처한 사람을 섬기는 일임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눈빛에서 온화한 기운을 읽은 건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돌봐준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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