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문학관은 있고 육영수기념관 없는 옥천
상태바
정지용문학관은 있고 육영수기념관 없는 옥천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8.14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더 그리운 사람
육영수 생가 옥천의 대표 관광지라지만
시설·홍보·박 전 대통령과 얽혀 의미 쇠퇴
옥천이 낳은 한국 대표 여성인물 재조명
주민 “정치와 별개 기념관 별도 건립
방학을 맞이해 인천에 사는 할머니와 손녀 3대가 육영수 생가를 찾았다. 처마 밑 툇마루에 놓인 육 여사 생전 활동사진을 보며 안타까워했다.(왼쪽) 육영수 여사의 정신을 그리며 옥천 청년들이 동상을 건립해 옥천의 관문 향수공원 오거리 여성회관 옆 정원에 세웠다. 옥천군애향회는 매년 이곳에서 육 여사의 서거 일인 광복절에 추모제를 올리고 있다.

“한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은 있는데 국모(國母)를 기리는 기념관조차 없는 곳이 옥천이다”
“어린이에게 희망을 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인물이지만 옥천에서는 홀대 받는 느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얽혀 업적이 희석되고 있다. 딸의 잘못을 어머니까지 묶여 가선 안 된다”   

잔혹한 일제로부터 해방의 기쁨을 누리던 1974년 8월 15일. 경축행사가 한창이던 국립극장에 5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중 네 번째 탄알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영부인 육영수(陸英修·1925∼1974) 여사. 대한민국 국모가 제일교포가 쏜 총알을 맞고 죽음에 이른 비극적 사건이다. 옥천에서 태어나 교사가 된 후에는 후학양성에 온힘을 쏟았기에 옥천군민에겐 더 큰 충격이었다. 45년 세월이 흘렀지만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아픔으로 남아 더욱 그리워지는 사람. 옥천군애향회(회장 박문용)는 여성회관 옆 정원에 육 여사의 동상을 세우고 해마다 이날 추모제를 올리며 업적을 기리고 있다.

군은 8년 전 육영수 생가를 복원하고 옥천의 대표 관광지로 알리기 시작했다.

한때 한달 관광객 방문 22만 명을 찍기고 했다. 이후 민간 주도 ‘육영수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 토지가 농업진흥구역인데다 사유지 매입이 어려워 결국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관광객은 반토막 났다. 비운 속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당시 22만 명 관광객 속에는 순수 관광보다는 속칭 ‘약장수’들의 거쳐 가는 관광도 꽤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육 여사를 그리는 자와 역사를 모르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찾는다. 관광객 양적 감소는 있으나 질적으로는 오히려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곳 생가 관계자는 “관광객수는 2/3가량 크게 줄었지만 찾아오는 관광객 대부분은 가족단위가 대부분”이라며 질적 향상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8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방학을 맞이해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손을 잡고 관광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안동복(50) 씨는 “어머니께서 육영수 여사님을 많이 흠모하고 계시고, 아이의 역사체험을 위해 두 번째 방문했다”면서도 “생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소중한 사진들을 이처럼 전시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라고 개선을 주문했다.

이처럼 생가의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육 여사의 생전 활동을 소개하는 사진액자들이 툇마루 바닥에 놓여있다. 별도 기념관이 없다 보니 실내전시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

생가 관계자는 “기념관이나 전시관이 따로 돼 있지 않아 별도 전시할 수 없어 이곳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 2012년 민간주도 ‘육영수기념관’ 건립이 추진됐다. 옥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은 ‘육영수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평생 헌신적 봉사와 사랑을 베풀고 간 육 여사의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해 군민의 성금을 모아 기념관 건립에 나섰다. 더불어 ‘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센터’와 신사임당 등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여성들의 삶을 느끼며 전통예절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설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정 부지는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고 토지 매입도 쉽지 않은 상황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념관 건립은 무산되고 옥천의 전통을 잇겠다며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으로 선회했다.

주민 A씨는 “육영수 여사는 옥천의 자랑이고, 옥천이 낳은 대표 인물 중 한분”이라며 “무엇보다 어린이를 아끼는 헌신적 사랑은 후대에도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임을 자청하는 옥천군은 육 여사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민의 뜻을 모아 기념관 건립을 재추진해야 한다. 굳이 생가 앞에만 할 필요 없다.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도 여건상 생가와 떨어진 곳에 건립됐다”며 “만약 건립이 어렵다면 전통문화체험관 중 한 곳을 기념관으로 운영한다면 생가를 찾은 관광객들을 자연스럽게 체험관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올해는 광복 74주년이자 육영수 여사 서거 45주기이다. 옥천의 인물 육 여사의 기념관 건립이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단순 기념관을 넘어 옥천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군민 화합을 이끌 육영수기념관 건립에 군민의 뜻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