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물 처음이에요”…감격의 꽃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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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물 처음이에요”…감격의 꽃바구니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8.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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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노래 담은 청산의 ‘웃음꽃방’
웃음꽃방 박영임(오른쪽) 대표와 그녀의 딸 김다솜 씨가 꽃집 안에서 포즈를 취했다.

청산에 가면 ‘웃음꽃방’(대표 박영임·청산면 지전1길 23)이 있다. 작은 시골마을에 꽃집이 될까 싶은데 웃음꽃방은 20년이 다 된 곳이다. 처음에 ‘청산꽃방’으로 하다 꽃집 주인 박영임 대표가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강의를 하면서 이름도 자연스럽게 ‘웃음꽃방’으로 개명했다.
현재 웃음치료사로, 기타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는 청산면 백운리가 고향이다.

처녀 때부터 워낙 꽃을 좋아했던 그녀는 2001년 12월1일 꽃집을 개업하게 된다. 꽃바구니 주문을 받아 배달할 때마다 작은 소품 하나를 들고 갔다. 고향의 손님들이 다 이웃이고 지인들이어서 어느 날부터 생일이나 환갑 등 축하자리에 꽃 배달을 가면서 노래를 한곡씩 불러드렸다. 악기를 배워 노래를 부르면 더 좋을 것 같아 기타를 배웠다. 그 후 꽃바구니 배달이 있을 때마다 기타를 가지고 가 노래를 불러드리니 다들 너무나 좋아하셨다. 생일을 맞아 혼자 계신 어르신에게 꽃 배달과 함께 노래를 불러드리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만을 위해 노래를 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눈물을 흘리던 어르신도 있었다. 한가득 싸서 들려준 콩과 사과를 들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박 대표는 “좋은 것을 나누고 싶다”며 “꽃을 받는 분과 보내는 분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꽃을 꽂는다”고 했다.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이 꽃 주문을 하면서 노래를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기타를 들고 갔더니 작은 생일상 앞에 17명의 가족과 친척들이 칠순잔치를 위해 모여 있기도 했다. 2달 후 이번에는 아내가 와서 남편의 생일을 위한 꽃바구니 주문을 하며 노래를 해달라 부탁하기도 했다. 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읽어 기쁜 맘으로 노래한 적이 있다고.

꽃바구니 만들기도 급한데 악보 챙기랴 기타 챙기랴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조금의 마음을 냄으로써 받는 분들도 노래하는 자신도 행복하다고 전하는 박영임 대표.

노래를 해줘 너무 행복했고 감사하다는 전화 한통을 받으면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적으로 꽃집 운영은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역력했다. 젊은이들이 현저하게 줄어든 청산에서 언제까지 꽃집을 열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서부터 꽃을 가지고 놀았던 그녀의 딸(김다솜)에게 물려줘 활성화 시키고 싶지만 아직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김다솜 씨는 서원대학교 화훼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꽃방을 이어가야 할지 청주에서 직장생활을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웃음꽃방’을 활성화 시켜 지역에 꽃문화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젊은 수요층이 사라진 면단위 지역에 꽃집만으로 경영이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아 자구책을 여러 각도로 생각 중이다.

현재 청산복지관에서 원예수업 강사로 일하고 있는 다솜 씨는 다섯 살 때부터 꽃과 놀았다. 자신은 꽃이 정말 좋은데 1년 정도 있어 보니 지금 현 상태로는 경영이 힘들 거 같고 무언가 만들어 가면서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계획을 밝혔다. 화훼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세련되게 꽃을 꽂는다며 어머니 박 대표는 딸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는 꽃을 계속 해야만 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고향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소망했다.

한때는 물건을 한차씩 들여 숲처럼 꾸며놓고 판매했다는 박 대표는 “꽃 사러오는 사람은 나쁜 마음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며 “그래서 내 마음도 덩달아 예뻐지는 거 같다. 꽃집 아줌마는 예뻐 질 수밖에 없다”고 활짝 웃었다.

아내에게 선물할 꽃 한 묶음을 사서 부끄럽다며 신문으로 돌돌 말아 오토바이 뒷자석에 싣고 가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여전히 우리 지역에 살아있길 바랬다. “‘웃음꽃방’은 그냥 꽃집이 아니라 마을에 따뜻한 마음이 살아있게 하는 공간”이라며 꽃집이 사라지지 않아야 할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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