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등쌀에 여름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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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등쌀에 여름이 괴롭다
  • 동탄 이흥주 시인
  • 승인 2019.08.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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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시인

더워도 농부는 일을 해야 한다. 밭에 나가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다음 시원한 물로 땀을 씻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냉은 냉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집에 앉아있을 때는 이 더위에 나가서 일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가서 해보면 실상 할만하다. 겁을 내고 앉아있을 때가 힘들다. 그 더위 속으로 파고들면 별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 불볕에 농사도 짓고 공사판에서 일도 하는 것이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앉아서 더워 더워하기도 민망스럽다. 일기예보에 폭염이 있는 날이나 봄철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은 바깥활동 자제하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은 그게 직업인지라 하룬들 바깥활동을 안 할 수 없다.

이 더위도 한 달이 안 남았다. 8월 11일이 말복, 23일이 처서니 이제 진짜 여름이 기세가 꺾일 때쯤 됐다. 다 가기 전에 여름 속으로 들어가 즐길 일이다. 한데 더위와 싸우려면 반드시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따라붙는다. 아침이나 석양에 그래도 기온이 좀 내려갔을 때 마당을 거닐며 사색에 젖어보려면 순식간에 모기떼가 달려들어 등쌀을 댄다. 모기가 물면 따갑고 아픈 것도 모자라 가려운 것이 사람을 못 참게 한다. 금방 두드러기처럼 불어난다. 마당에 나가면 잠시도 한군데 가만히 서있질 못한다. 계속 걸어야 모기를 따돌린다. 그래도 한두 방은 물리고 들어온다.

모기가 잘 달라붙는 사람이 있다. 우리 집에도 나만 모기가 붙는다. 어머니께서 여름만 되면 모기 때문에 큰 고통을 받으셨는데 내가 그걸 물려받았다. 난 우스갯소리로 피가 단 사람에게만 모기가 붙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피가 쓰거나 달거나 모기가 안 붙어야지 달면 뭐하냐! 속에 든 피가 쓰면 어떻고 달면 어떠냐 젠장!” 대번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요즘 모기는 더 독해졌는지 옷 위로도 잘 쏜다. 모기입도 많이 업그레이드 한 모양이다. 밭에 나가 일을 하면 긴 옷을 입고 하지만 이것도 크게 효과를 못 본다. 땀이 나서 옷이 몸에 붙으면 그 위로도 쏘기 때문에 긴 옷도 방패 효과가 없다. 안 그래도 덥고 힘들어서 짜증이 나는데 모기가 쏘아대면 정말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냥 피만 빨리고 끝나면 좋겠는데 물린 자리는 왜 그리 따갑고 가려운지. 그거 긁다보면 일이고 뭐고 그냥 집으로 오고 싶다.

내가 아는 분은 그래서 일할 때 두툼한 옷을 입는단다. 여름에 얇은 옷을 입고 일해도 더운 판에 두툼한 옷을 입으면 그걸 어찌 견디나. 옷이 두꺼우면 햇빛을 더 막아주어 덜 더우려나? 정말 모기만 없어도 여름나기가 한결 쉬울 것 같다. 방안에서는 방충망 덕분에 파리, 모기로부터 해방이 되지만 사람이 방안에만 들어앉아 먹고 놀 수는 없는 일이다.

모깃불이 생각난다. 어릴 때 마당에 껄끄러운 멍석을 깔아놓고 앉아 식구들이 시원한 밤바람 좀 쏘이려면 또 여지없이 이 모기가 달려든다. 전기가 무언지도 모르고 호롱불 밑에서 살 때다.
이런 땐 풀을 베어다 불을 놓는다. 마른 풀은 안 된다. 빨리 타고 연기도 제대로 안 난다. 생풀이어야 연기가 많이 나서 모기가 도망을 간다. 이 연기가 얼마나 매운지 모기보다 언제나 내가 먼저 도망을 갔다.

지금같이 깔개가 좋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리를 널어 말리던 그 거친 멍석에 빗자루로 대충 쓸고는 웃통을 벗고 거기에 누워 잤으니 참 그 시절이니 그게 가능한 일이었다. 한참 자다보면 어머니가 흔들어 깨울 때가 있다. 여름날이라 갑자기 비가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일어나라! 비 온다!” 어머니 말씀이 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면 왜 그리도 일어나기가 싫고 잠은 퍼부었는지. 얼굴에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은 떨어지고 그냥 눈을 감고 잠결에 더운 방으로 들어와 그대로 쓰러져 또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참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그때 지붕은 초가지붕이었고 마당은 그대로 흙이었다. 지금 에어컨 튼 안락한 방안에 누워 생각하면 그때가 너무 그립다. 무엇보다 그 시절 그 어려운 환경을 살다 가신 어르신들이 너무 안 됐다. 자식들이라도 편안히 사는 걸 보면 기뻐하실 것 같다.
아직도 한동안 모기와 싸울 일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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