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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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형 인간
  • 양효숙 수필가
  • 승인 2019.08.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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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순 수필가

소확행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축약어마다 풀어내면서 나누는 재미가 있다. 예산이 들어가지 않아도 재미와 의미를 찾고 갖게 되는 일이 의외로 많다. 그만큼 사람들이 삶의 의미와 이유를 찾으며 살고 있다는 게 보인다.

인공지능이 등장한 시대에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에 꽂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집에 살아도 체감되는 삶의 온도가 다르다. 가상현실과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같은 시대에 머무를 뿐 세대를 아우르는 시공 체감이 다르다. 틀리다와 다르다에 대한 혼동처럼 혼돈이 일어나고 부딪친다. 그야말로 사람이 옆에 있어도 사람이 그리운 나날이다.

작은 것이 주는 확실한 행복이 소확행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는데 누군가 원래 뜻이 따로 있다며 살짝 비튼다. 소비가 확실한 행복이라는 데에 딴지를 걸 수 없다. 솔깃하면서도 씁쓸하다. 사람들은 소확행을 향해 온갖 감각을 동원해 치닫는 중이다. 행복이 아닌 행운을 추구하는 소확행도 뒤따른다.

달력엔 온갖 기념일이 많다. 4월 세계 책의 날과 저작권의 날은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사망일에서 나왔다. 4월이 사(思)월로 읽히면서 사(事)월을 낳는다. 도서관마다 책의 날 행사를 하는데 뭘 할까 생각하고 의미부여하는 단계를 거친다. 사람은 시간이 있다고 억지로 움직이기보다는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 행동한다. 자기 성취감과 존재감이 연계되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학교도서관 이름부터 바꾸고 나서 현판 바꾸기를 시도한다. 현판으로 내걸릴 도서관 이름에 의미를 담아 홍보한다. 중학교 도서관이 북적북적 해지길 바라는 기원이 담겼다. 북적Book적 도서관이라 불렀더니 그 이름대로 이뤄진다.

현판 글씨체를 고민하며 거리를 걸으니 눈에 들어오지 않던 간판 글씨체가 보인다. 사진을 찍은 후 그 가게에 들어가 모르는 이와 말문을 연다. 학교장상을 내걸고 도서관이름 꾸미기대회도 연다. 학생들 관심이 도서관으로 모아지고 선생님들과의 연계도 일어난다.

간판을 바꾸면 뭐가 달라지냐는 교장 선생님의 질문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말했다. 과학 과목을 가르쳤고 장로님이신 분이 정말 몰라서 물었을까 싶다. 태초에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성경 창세기는 시작된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엔 의미가 있고 그 이름처럼 살다 갔다. 어릴 적 친구가 개명한 이름으로 불러 달라는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온갖 이름 짓기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상담실, 보건실과 함께 도서실도 학교 안에서 특별실에 속한다. 상담 샘, 보건 샘, 사서 샘으로 불려지는데 내 이름을 불러주는 관리자나 교직원을 만나면 친밀감이 생긴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누군가 있고 나를 알아주는 이 있는 곳으로 사람 마음은 가게 돼 있다. 사람은 원래 그렇게 지어졌고 생겨먹었다. 사랑 또한 변함없는 사랑과 변하고 이동하는 사랑으로 나뉜다.

전교생 이름을 불러주며 책 대출을 해주니 이용자가 늘었다. 이름을 불러주면 학교폭력도 줄어든다. 얼마 전 아이돌 스타가 온 줄 알았다. 아이들이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며 환호성을 쏟아냈다. 누군지 궁금했다. 다른 학교로 갔다가 잠깐 들린 사십 대 후반의 여 선생님이 주인공이다. 그 비결이 뭘까 찾았는데 애들 이름을 부르는 데 있었다. 번호로 부르거나 다른 대명사가 아닌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게 어려우면서도 쉽다. 기억력을 탓하기 전에 의미 부여하려고 애쓰면 된다. 그 사람만의 장점과 연결시켜 저장해도 좋다.

매사 의미부여 하다 보면 자기 성찰의 힘이 생긴다. 생존의 늪에서도 의미는 가라앉지 않고 부각된다. 생활이 힘들어도 매몰되지 않고 버티는 힘으로 작용한다. 견딜 수 없는 건 무의미한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의미부여가 사는 맛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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