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서 즐기는 인생의 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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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서 즐기는 인생의 참맛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8.29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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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신혜정 부부의 옥천 정착기

금요일 저녁 옥천군문화예술회관 앞에서 펼쳐진 버스킹 자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배우고 익혀온 줌바댄스로 무대에 오르기 전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4년 전 귀촌한 신혜정(60) 씨는 처음 옥천에 와서 힘들었다고 한다. 취미활동을 시작하고 배우면서 그 배움을 지역사회에 나누는 것으로 이제 옥천의 한사람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졌다. 

신 씨는 6남매 종갓집 맏며느리였다. 남편 하태훈(64) 씨가 현대자동차에서 퇴임하기 전까지 울산에서 35년을 살았다. 시부모와 99세로 작고하신 시할머니까지 모시면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 아내로, 두 아들의 어머니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집 안의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남편이 퇴직을 한 후 울산을 떠나 옥천으로 왔다. 2014년 4월의 일이었다. 경북 영양이 고향인 그녀에게 옥천은 누구 하나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이었다.

옥천으로 온 것은 남편이 현직에 있는 8년 동안 대전이 근무지였고, 대전에서 가까우면서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옥천을 택하게 된 것. 처음 이사올 때만 해도 ‘이곳에 왜 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막했다. 눈 뜨면 산뿐이고 커피 한 잔 같이할 지인이 없었기에 심적으로 정착이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일이 있어 읍사무소에 갔다가 취미활동 할 수 있을 만한 게 없냐고 물어보니 평생학습원과 여성회관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었다. 그녀는 울산에서도 평소에 배우고 싶었지만 시어른을 모시고 있어 카메라만 준비해 놓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진을 배우기로 했다.

신혜정 씨는 옥천에 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평생학습원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사진을 배우면서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지인들과의 교류로 마음의 안정은 물론이고 지역에서의 낯섦도 차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진수업을 하며 만난 서상숙 강사와의 특별한 인연은 나이를 떠나 친구같이 언니 동생 하면서 소통의 기쁨을 알게 했다. ‘나인포토 사진동호회’에도 함께 가입해 활동하면서 1년에 한 번씩 11월에 개최하는 전시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신 씨는 사진뿐 아니라 그동안 시부모를 모시며 두 아들을 양육하느라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 어느 정도 하다가 그만둔 것도 있지만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클라리넷, 도자기, 다도, 댄스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을 발현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주해 낯가림도 있었지만 같은 취미활동을 하면서 지인들과의 소통은 쉽게 이루어졌다고. “봉사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보다 자신이 그 봉사를 통해 더 큰 힘을 얻는다”며 “앞으로 지역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남편 하태훈 씨와의 사이에 첫째아들 지수(재활의학과 의사·39), 둘째아들 인수(광물자원공사 근무·37) 2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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