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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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6)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08.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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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달맞이꽃
옛날 어느 호숫가에 요정이 모여 살고 있었다. 모든 요정들은 별을 사랑했지만 한 외톨이 요정은 홀로 달님을 사랑하였다. “밤하늘에 별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달님이 밤하늘을 독차지할 수 있게.” 외톨이 요정이 속삭이듯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요정들은 외톨이 요정을 더욱 미워하게 됐고, 결국엔 다른 요정들에 의해 달도 별도 볼 수 없는 곳에 추방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달의 神은 자신을 사랑한 외톨이 요정을 어렵게 찾았을 땐 이미 죽고 난 후였다. 달의 신은 슬퍼하며 요정을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주었고, 이 모습을 지켜본 제우스가 외톨이 요정의 혼으로 꽃이 피어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 꽃은 신기하게 밤이 되면 홀로 피었다가 아침이 되면 시드는 것이다. 달이 뜨기만 기다렸다 꽃을 피우고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이 꽃이 바로 달맞이꽃이다. 이에 연유한 꽃말은 ‘기다림’이다. 요즈음 이 꽃이 온 들판을 노란색으로 수놓고 있다.

△나도사프란
사프란은 ‘너무 늦어버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꽃이다. 옛날 그리스에 ‘크로커스’ 청년은 ‘코린투스’라는 처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어머니가 둘 사이를 갈라놓게 되자 사랑의 女神 비너스가 비둘기를 보내 그들의 사랑을 도왔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활로 비둘기를 쏘려다 딸을 쏘아 죽이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크로커스 때문이라고 생각한 약혼자가 그를 죽이게 되었는데, 美의 神 비너스는 아들의 애틋한 사랑을 불쌍히 여겨 아리따운 이 꽃을 만들었다고 한다. 꽃말은 ‘즐거움’인데, 이 세상에서 제일로 예쁜 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꽃이 만개해, 35℃ 무더위를 식혀주는 듯하다.

△앵초꽃
작년에 모종을 심어 꽃을 피웠다. 그런데 모두 고사한 줄 알았다. 올 봄 텃밭에 싹이 터 자라는 걸 화단으로 옮겨 심었는데, 잘 자라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어주었다. 꽃말은 ‘행복의 열쇠’인데, 꽃 이름에서 풍기는 애정의 역사가 있다. 영국에서는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재료로, 앵초꽃이 인기가 높았다. 아침 일찍 이슬내린 이 꽃을 따서 맑은 물에 넣고 햇빛에 놓아두면 꽃으로 만든 정수가 되는데, 이를 베개에 뿌리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는 믿음이 있어 연인들이 이 꽃을 선물하는 게 유행했고, 또 처녀들이 언제 신랑을 만나 결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점을 쳐 보던 기구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앵초꽃은 마치 열쇠꾸러미처럼 보여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는 ‘베드로의 열쇠’라 불렀고, 독일에서는 ‘열쇠 꽃’ 스웨덴에서는 ‘오월의 열쇠’라 이름 하였다. 영어 ‘카우스립’은 소똥이란 의미인데, 소가 똥을 배설한 곳에서 잘 자라 꽃피우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유래한다.

△초화화
아주 작은 꽃 초화화는 여름철 오랜 기간 꽃대에서 계속 봉우리가 나와 꽃을 피우는데, 짙은 분홍색으로 여러 개의 꽃이 달린다. 20cm까지 자란 가느다란 꽃줄기가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린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작년에 씨앗이 뿌려져 월동하고, 정원 화단 이곳저곳에 싹터 올라 꽃피우고 있다. 장마철엔 꽃을 볼 수 없는 게 흠이다. 작지만 앙증맞고 아름다운 꽃답게 ‘맑은 마음, 깨끗한 마음’을 선사한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밀짚꽃
밀짚꽃은 바스락거릴 정도로 꽃잎이 말라있는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꽃의 매력이기도 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산의 외래식물로, 활짝 핀 꽃 모양이 하늘에 떠 있는 황금빛 태양을 연상시킨다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키 높이 60∼90cm, 꽃 색깔은 주황, 분홍 등 혼합색이고 두상화서로 피는 아름다운 꽃이다. 꽃잎에는 규산이 함유돼 있어 건조 시, 오랫동안 형상과 색체를 원형 그대로 간직하므로 건조화(dry flower)로 이용되는 유용한 꽃이다. 건조된 꽃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으므로 ‘영원, 항상 기억하라.’가 꽃말이다. 실내에서 월동해야 하는 야생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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