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이 할퀴고 간 농심…“피해접수 해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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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이 할퀴고 간 농심…“피해접수 해봤자”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9.1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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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기준 피해접수 205농가 46.7ha
농협·군인·공무원 등 복구 현장서 구슬땀
농민들 “피해접수해도 별 대책 없어 포기”
군인들이 태풍 링링에 피해를 입은 한 농가를 찾아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추석 대목에 한참 부풀어 있던 농민들에게 제13호 태풍 링링은 야속하기만 했다. 지난 7일 한반도를 휩쓴 링링은 옥천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지난 16일 군이 집계한 피해상황을 보면 강풍에 나무가 쓰러진 것은 12건, 기와지붕 파손과 담장 허물어진 피해는 2건 등 물적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농작물과 시설피해는 비켜갈 수 없었다. 사과, 배, 복숭아, 대추 등 과수 22농가 4.5ha에서 낙과피해를 입었다. 콩, 벼 등 재배농가 177농가 41.7ha, 인삼시설 3농가 0.5ha, 시설하우스는 3농가 0.03ha에서 피해를 당했다. 군의 공식집계와 달리 일부 농민들은 피해접수를 꺼려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단위 과수원을 운영하는 농민 A씨는 늦은 수확 품종을 추석에 맞춰 내다팔 계획이었다. 과목조차 보도되는 걸 꺼려하는 그는 “추석에 내다팔 과일들이 강풍으로 수없이 떨어졌다. 피해접수를 하라고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접수해 봤자 소용없다. 지난 봄 꽃 동해 피해를 입어 접수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또 오래전 수천평에 피해를 입어 접수한 적이 있다. 군에서 보상 마무리될 때까지 그대로 두라고 해서 1년 농사를 포기하고 기다렸지만 보상은 고작 70만 원이었다. 이게 행정”이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군 관계자는 “봄철 동해 피해 예산은 1차 추경일정과 맞지 않아 이번 2차 추경에 올렸다. 행정절차가 필요해 미뤄진 것”이라며 “이번 군의회 임시회에서 추경예산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푼이 아쉬워 목내밀고 기다리는 농가와 절차상 어쩔 수 없다는 행정이 큰 온도차를 드러내 농민들의 체감행정은 밑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어 군 관계자는 이번 태풍피해에 대해 “피해 접수 및 시스템 입력이 하루 연기돼 18일까지 마쳤다. 이후 재난지수가 100~200일 경우 군 차원의 지원이, 300이상 일 경우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예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현장에는 복구에 나선 소중한 손길도 이어졌다.

먼저 도 균형건설국과 보건복지국 직원 50여명은 지난 10일 청성면 장연리에서 쓰러진 벼를 세우는 등 복구 작업을 펼친데 이어 11일 농협옥천군지부 직원 10여명도 청산면 자두 과수농가를 찾아 부러진 가지를 정리하고 낙과 수거, 자두수확 등 복구 작업을 펼쳤다. 군 직원 17명도 손을 걷어붙였다. 인근 군부대 군인들도 합세했다. 같은 날 군인 35명은 동이, 안남, 청성면 인삼밭과 쓰러진 벼를 세우며 상처 난 농심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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