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을 부모처럼, 가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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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부모처럼, 가족처럼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9.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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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상봉 도운 육종찬 씨

보성택시 기사 육종찬(옥천읍·58) 씨는 지난 12일 특별한 손님 한 분을 태웠다. 옥천읍 엘마트 도롯가에서 편지봉투에 적힌 주소 하나만을 들고 미국에서 옥천까지 온 분이었다. 이 손님은 옥천읍 금구리가 고향인데 19살 미국으로 간 이후 44년 만에 처음 밟아본 고향 땅이었다.

1983년 조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이후 동생과도 연락이 두절 되었다. 가족 그 누구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소 하나만 알고 고향을 찾아온 손님이었다. 손님이 알고 있는 주소지로 찾아갔지만 가족을 찾을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숙박지인 경기도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숙박하는 장소로 가는 과정에서 손님의 전후 사정을 듣고 아는 지인들을 통해 가족을 수소문했다. 가족으로 추정되는 분과 연락이 닿았다.

전화상으로 정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아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종찬 씨는 경기도로 가던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와 다시 옥천으로 방향을 돌렸다. 만나기로 한 옥천체육센터 앞에 차를 세웠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친삼촌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남동생도 연락이 되어 함께 만났다. 44년 만의 가족 상봉이었다. 가족을 확인하고 맞다고 했을 때 함께 뛰며 기뻐했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만남의 기쁨으로 눈물을 흘릴 때 종찬 씨 역시 눈시울을 적셨다.

육총찬 씨는 “자신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 이해하게 됐다”면서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돼 지켜보는 나 역시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승객으로 탑승하는 분들을 부모처럼, 가족처럼 모시려고 한다”며 “다양한 분들이 택시에 오르고 그중에는 힘들게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분들이 있기에 내가 생활해 갈 수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육종찬 씨는 올 3월에 고향으로 돌아와 4월부터 보성택시 기사로 일해 왔다. 이원면 평계리가 고향인 그는 18년의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옥천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경기도 하남에서 개인사업을 하면서도 늘 고향이 그리웠다는 종찬 씨는 이제 고향에 와서 일을 하니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단다. 그는 특히 “어르신들이 택시 이용을 하실 때 최상의 서비스로 모실”거라며 고향에서의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도로 양쪽 다 주차가 될 경우 특히 장날 같은 날은 통행에 큰 불편을 느끼고 있고, 삼양초등학교 앞 하굣길에 아이들의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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