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일보다 더 힘든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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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일보다 더 힘든 농사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9.26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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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 이종도 씨의 농사애찬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이종도(62) 씨는 유달리 넓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농막 옆 텃밭에 있는 가을배추가 싯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이 씨가 4년 전 마련한 1400여 평의 터전은 청산면 백운길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고지대라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멀리 산자락의 능선이 굽이굽이다. 넓은 들판에 익어가는 곡식도 눈에 들어왔다.

이 씨는 천안이 고향이다. 천안 중앙고를 거쳐 단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두산건설과 삼익건설에서 건축, 감리 일을 해오다 작년 6월 말 퇴직 후 곧바로 이곳으로 이주했다. 평소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생활하고 싶은 꿈을 위해 청산에 내려온 것. 우연히 들렀다가 주변 풍광에 반해 마련한 땅이었다. 땅을 매입하고 3년 동안은 한달에 1~2회 청산에 와서 주변을 가꿔오다 지난해 주소지를 이전하고 내려왔다.

아내는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현재는 혼자 내려와 있는 상태다. 그는 아내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청산으로 내려오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아직 시골에서의 생활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내가 이곳으로 내려오는 대로 집을 지어 생활할 장소라며 아직 빈터로 있는 집 지을 장소를 가리켰다.

이 씨는 마련한 땅에 호두나무 50여 그루를 심었다. 사과와 배, 대추, 꾸지뽕, 복숭아 등 대한민국에 있는 과실나무는 모두 심었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한쪽에서는 열네다섯 마리쯤 되는 오리와 닭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다. 자급자족하리라 꿈꾸며 내려온 시골생활이 만만치만은 않단다. 농사일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도라지와 더덕을 심었다가 관리를 잘 못하는 바람에 전부 죽기도 했다. 참깨와 들깨 터는 시기를 놓쳐 깨가 전부 쏟아지기도 했다.

그는 “자급자족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시골 뙤약볕에 4~5년 사이 파삭 늙었다”며 “딸과 아내는 선크림을 바르라고 하는데 끈적거려 바르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에게 농사는 계속되는 시행착오의 과정이다. 이웃에 계신 분들이 많이 알려주고 그분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며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농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그는 “농사일이 힘에 부치긴 하지만 이곳의 여름 뭉게구름은 환상이다. 이곳의 빗소리와 바람 소리에 길들여졌는지 천안 집에 가서 3일만 있으면 답답해서 못 있고 내려오게 된다”고 말했다. 심어놓은 작물과 오리와 닭들도 눈에 밟혀 천안에 있을 수 없단다. 이종도 씨는 “도시에서 생각했던 시골 생활과는 여러 가지로 많이 다르다. 정직한 땀과 노력이 소득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들어가는 돈 따지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돈이 되지 않고 생각했던 것보다 농사일이 힘이 들지만 그는 아직도 이 아름다운 지역에서 꿈꾸며 살고 싶어 했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먹거리가 있고 주변에 갖가지 꽃이 만발한 농원을 만들고 싶은 게 백운리에서 그가 펼쳐나갈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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