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난다
새로 맡은 향에 유혹되어 날아가는 게 아니다
걷지도 못하는 무릎으로 일어나
쌀을 안쳐놓고 쓰러지신 어머니가 그렇듯
때가 되면 움직이는 연유를
누가 알 수 있을까
책 읽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굶어야 한다고
먹을 것 생기면 주린 사람부터 생각하라 하신 분이
멍하니 창가에 앉아
허공을 떠도는 비닐조각을 바라보고 있다
꽈리가 지천이던
새가 울던 마당은 텅 비었다
눈길은 이미 나비가 되어
어딘가로 떠나고 계신 게 분명한데
아버지는 생시와 꿈이 뒤엉킨 것을 모른다
무시로 침묵과 중얼거림은 반복되고
미량의 색(色)을 찾아 나비는 파득파득 날아오르고
똑같이 젊은 모습으로
아버지는 무표정하게 치약을 물고 있다
진화가 멈춘 이른 아침에
저작권자 © 옥천향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