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바람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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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바람의 길목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0.0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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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장계리, 유봉훈사진작가 제공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에게도 주소가 생기길 바란다
작은 텃밭이 있고
무꽃에 노랑나비 팔랑거리는 곳
붉은 비치 파라솔 아래서
바람 넣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풍성한 구름으로 식탁을 채워 배부르게 먹고
느리게 일어나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내 주소가 되면 좋겠다
온갖 새들이 날아와 미루나무에도 앉고
꾸지봉 나무에도 앉아 재잘되면
한동안 귀를 열어 새들의 언어를 공부하겠다
씨앗을 받아 흙에 묻고
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소비하겠다
모든 기다림의 시간에 당신도 포함 시킬 것이니
지상에 있는 동안은 가끔 들러서
살아온 이야기나 풀어 놓으시길
낙숫물처럼 한나절을 쏟아내
흙마당 적셔주기를
그 기운으로 민들레 노랗게 번져갈 것이고
화단에 채송화는 분홍분홍 피어날 것이니
꽃으로 환한 그곳이 내 주소지가 되면 좋겠다
단편소설 속 시월처럼
달콤한 빵이 구워지면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바람 길목의 끝 집
철 따라 야생화 가득한 그곳이
내 주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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