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욕망 벗으니 또 다른 세상
상태바
도시 욕망 벗으니 또 다른 세상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0.10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재현·임귀자 부부의 자연 속 삶
자신의 음악작업실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귀촌인 김재현 씨

청산면 하서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 따라 밤사이 내린 비로 불어난 도랑 물소리가 요란했다. 감나무가 유독 많이 눈에 띄는 마을 안쪽 김재현·임귀자(65) 동갑내기 부부가 5년 전 새로 터전을 마련한 보금자리가 있었다. 감나무가 있는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서니 책과 음악, 영화CD, 골동품들로 가득했다.

하서리는 김 씨가 경기도 의정부에서 25년 동안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조용히 살고 싶어 내려온 곳이다. 친구가 먼저 청산 쪽에 땅을 샀다. 그곳을 보러왔다가 하서리, 지금 사는 곳을 소개받았다. 다음 날 아내와 같이 와 둘러보고 그 다음 날 바로 계약했다. 하지만 2년 동안 아내는 내려오지 않았다. 의정부 집을 정리하니 딸네 집으로 간다고 할 만큼 시골로 내려오는 것을 원치 않았던 아내는 지금은 그 누구보다 이곳에서의 삶을 좋아한다.

김재현 씨는 “도시의 공해 속에서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25년을 살다가 이곳, 하서리에 정착한 이후 허무주의적인 사고방식이 바뀌고 생명의 환희를 느낀다”며 “아침에 눈뜨면 고뇌가 사라진 편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내려와 마음을 비우려고 모든 매체를 중단했다. 도시에서 돈을 벌기 위해 겪어야 했던 모든 갈등을 내려놓으니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밭으로 나간다. 600여 평에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사는 올해만 지을 거란다. 5년째 농사를 지어보니 남는 것은 허리 아픈 것뿐이라며 농사로 이익을 내는 일을 내년부터는 그만둘 거란다. 대신 지인들과 나눠 먹을 포도나무를 심고 싶어 했다.

요즘 그는 2년 전부터 결성한 ‘동그라미’ 밴드동아리 활동에 열심이다. 젊은 시절 한때 보컬로 밴드활동을 한 그는 청산에 내려와 일 때문에 잊고 있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맘에 맞는 5명의 멤버들과 1주일에 한 번 음향시설이 갖춰진 그의 집에 모여 연습을 한다. 연습 후에는 다과를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눈다. 밴드를 결성한 이후 올해 묘목축제, 청산 마을축제, 가산사 단군제 등에서 공연을 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언제든 지역민들에게 공연 모습을 보여줄 거란다.

그는 “가까운 친구들이 한해한해 운명을 달리한다. 더 이상의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다. 계획이 없어야 마음의 잡념이 없어진다. 다만 하루하루 평온하고 건강하게 아내와 사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집 한쪽에 무대를 만들고 싶어 했다. 공연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싶다며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