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1)
상태바
뜰 안의 야생화(11)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10.10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순욱 수필가

범부채꽃
범부채 꽃잎에는 범 무늬 같은 반점이 있고, 그 모양이 부채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먼 옛날, 장날을 파하고 무거운 등짐을 하고서 고개를 넘어가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힘겹게 걸어가다 잠깐 쉬는 사이에 깜빡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아들은 범부채 꽃이 신기해 구경하다가 아버지와 먼 거리에 떨어지게 되었는데, 잠에서 깬 아버지가 없어진 아들의 흔적을 따라가 보니 호랑이에게 물려갔다는 슬픈 설화가 전해진다. 정성으로 키운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 <잃어버린 사랑>이 꽃말이다. 작년에 씨앗을 채취해 올 봄, 화분에 심어 키웠는데 이제 막 꽃을 피웠다. 매우 아름답다.

비덴스 페룰리폴리아꽃
어디에선가 많이 본 꽃모습이다. 명칭이 어려운데, 국가표준재배식물 목록에 올라있는 외래식물로, 멕시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키 높이 60cm, 잎은 쑥갓처럼 생겼다. 꽃은 꽃대 끝에 달리고, 꽃 크기 3~4cm 노란색 꽃잎 5~8장의 긴 타원형으로 선명하며 앙증맞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여름에서 늦가을까지, 오랫동안 피고진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월동하였으나, 고온현상으로 지금은 중부지역에서도 겨울나기를 한다. 정원화단 나도사프란 하얀 꽃 옆에 노란색 이 꽃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고, 꽃말은 <황금의 여신>이다.

란타나꽃
란타나는 라틴어 ‘만곡하다(꽃봉오리가 많이 맺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열대 아메리카의 잡초인데, 1909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온실 정원수로 키워지고 있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때의 일이다. 당나라 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3가지 색깔로 그린 그림과 씨앗 3되를 보내왔다. 여왕은 “이 꽃은 절대로 향기를 내지 않을 것이다”고 하였는데, 씨앗을 뜰에 심었더니 과연 꽃에서 향기가 나지 않았다. 여왕의 슬기에 감탄한 신하들이 어찌 그런 사실을 알았냐고 묻자 “꽃을 그렸는데도 나비가 없어 그 꽃에 향기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란타나는 꽃잎이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해가면서 화려함을 자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꽃말은 <엄숙함>인데, 따뜻한 봄날 모종을 심으면 예쁜 꽃을 볼 수가 있다.

무릇꽃
속세를 떠나 불도에 전념하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 여름날 한 젊은 여인이 산사에서 불공을 드린 후, 큰 비가 쏟아져 내려가지 못하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스님은 그 여인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게 되었고, 혼자만의 짝사랑이 시작됐다. 그 여인에 대한 연모에 시름시름 가슴앓이 하다가 100일 만에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는데, 함께 기거하던 노스님이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주었다. 그 무덤에서 한 포기의 풀이 자라나 가을이 시작될 무렵 긴 꽃줄기에서 선홍색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물색 꽃대에 꽃이 위로 웃자라면서 핀다하여 이름 한 ‘무릇’의 꽃말은 <슬픈 사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