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넘실대는 ‘풀잎체험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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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넘실대는 ‘풀잎체험농장’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0.10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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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김영남 부부의 농장 만들기
꽃 심기서부터 산책로까지 손수 작업
탁 트인 카페·공명토 찜질방 힐링 명소

풀잎체험농장(이원면 지정길 54-58)에 가면 볼거리가 많다. 대성산 자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의 풍요로운 풍경도 넓게 펼쳐져 있다. 체험농원 입구에는 기존에 있던 종탑을 이용해 주인이 직접 만든 풍차가 보인다. 상사화, 금화규, 메리골드, 부용, 꽃범의꼬리, 금낭화, 용담 등 각종 야생화로 눈이 맑아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그곳의 야생화는 가까이 보고 오래 보면 그 아름다움을 배로 느낄 수가 있다. 야산 아래 개울물 흐르는 곳으로 잘 익은 밤알이 툭툭 떨어지기도 했다. 다육이는 종류별로 수백 가지가 넘쳐난다. 농장 뒷산을 오르니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국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사 와 심었다는 도라지를 수확해 광주리 가득 씻어놓았다. 평화로운 바람은 넘실거렸다. 바야흐로 가을이었다. 그곳, ‘풀잎체험농장’에 다녀왔다.

△즐거운 일
오두환(57)·김영남(55) 부부가 만들어가는 체험 농장은 일거리가 많았다. 부부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꽃을 가꾸고 먹거리를 만들고 주변의 풀을 뽑고 가지런히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 구석구석 손이 안 간 데가 없었다. 데크, 탁자, 전기레일에서 꽃 가꾸는 일까지 남편 오 씨의 손이 간 자리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벽에 방부목을 설치하는 것도 직접 시공했다고. 부부가 함께 만들며 가꿔가고 있는 농장은 새로운 장소로 거듭나는 중이었다. 이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공간에 꽃을 심고 가꾸며 몸으로 해가는 모든 일들이 놀이란다. 오두환 씨는 “꽃을 가꾸며 내 집을 가꾸는 일이 즐겁다. 대성산을 바라보며 먹는 한 끼의 식사도 맛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와서 쉬고 가는 장소”가 되길 바랐다. 자연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사람의 손을 더해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가려는 부부의 생각이 닮아있었다.

△귀촌 후
오두환 씨는 대전에서 샐러리맨으로 일해 오다 명예퇴직을 하고 2016년 10월 개심리로 귀촌했다. 1년 6개월 후 2천여 평의 땅을 매입한 후 올 2월에 이곳 지정리로 이사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정리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부는 이곳을 가꾸기 시작했다. 꽃을 좋아하는 부부는 1200여 평의 뒷산에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해 산책 코스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곳에서 현대생활에 지친 많은 이들이 느리게 산책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와 사진도 찍고 쉬다 갈 수 있길 바랐다. 그들은 이원 하면 ‘풀잎체험농장’이 생각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가꿔나갈 거라고 했다. 땅이 넓으니 내년에는 고구마도 심고 감자도 심어 체험할 수 있는 장소도 만들 거란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부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농장에는 다육이나 야생화를 직접 심고 사갈 수 있도록 체험시설을 갖췄다.

△힐링 장소
건물 2층에 마련한 카페의 넓은 창으로 바깥 정경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커피와 직접 만든 대추차, 쌍화차 같은 수제차와 보리떡을 맛볼 수 있다. 보리떡은 안남면에서 생산한 보릿가루에 견과류와 우유로 만든 것, 1층에는 찜질방이 마련되어 있다. 아내 영남 씨는 “공명토로 만든 찜질방은 황토의 효능보다 60배 탁월한 효능을 볼 수 있다”며 “이곳은 당뇨나 혈압이 있는 분들이 사용하면 독소를 빼내 몸이 가볍고 치유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든 와서 편안하게 쉬어가길 바라는 그녀의 바람이 그대로 전해졌다.

△친정엄마처럼...
친정어머니가 안 계신 영남 씨에게 새로운 어머니도 생겼다. 아들만 둘 있는 임기호(85) 어르신에게는 딸 하나가 생긴 셈. 딸처럼 친정엄마처럼 지내는 이들이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곳은 병원이었다. 영남 씨가 시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병원에 있을 때 옆에 입원해 계셨던 어르신이다. 이사할 땅을 알아보고 있을 때였다. 어르신은 옥천에 마땅한 땅이 있을 거라며 지금 이주한 곳을 소개해 주었다. 이사 후에도 서로 왕래하며 지내게 됐다. 두 아들이 외지에 나가 있는 어르신을 부부는 부모님처럼 챙겼다. 어르신의 자손들과도 동생과 오빠처럼 지내고 있단다. 가까이 살면서 혼자 계신 어머니를 살뜰히 보살펴 주니 안심이 된다며 고마워한다고,
임기호 어르신은 “병원에 간다고 하면 병원에 데려다주고,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할 때가 많다. 주변에 꽃도 예쁘게 가꾸어 놓고 쉴 수 있는 방까지 만들어 주었다”며 “없던 딸이 생겨 살갑게 대해주니 참 좋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부부의 일상
새벽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는 남편 오 씨는 일어나자마자 강아지, 고양이, 화초닭과 일반닭 등 기르고 있는 동물들의 먹이를 챙겨준다. 집 주변 풀을 뽑고 밭일을 하거나 집 관리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집 안팎을 정리하고 새롭게 꾸며놓을 때마다 즐거움을 느낀다며 몸은 고되어도 마음은 더없이 평화롭다고 했다.
아내 영남 씨는 옥천으로 귀촌한 후 더없이 바쁘게 지낸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복숭아대학, 국화분재반, 강소농 수업을 듣고, 향토음식연구회, 생활개선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정리 부녀회장으로 마을 일에도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더 안정되게 되면 지역을 위한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며 “어르신들에게 찜질 봉사도 하고 국수라도 삶아 대접하는 즐거운 일상이 되길” 소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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