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생활리듬을 되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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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생활리듬을 되찾으려면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10.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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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노라면 밤 문화를 꼽는 경우가 많다. 도시 곳곳에서 밤이 깊도록 맥주집이나 음식점, 카페 등에서 삼삼오오 앉아서 이야기하는 풍경이 그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이는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 도시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에게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렇게 늦은 밤까지 거한 행사를 갖고도 아침에 직장에 출근하여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일을 한다는 점이다. 좋게 말하면 화끈하게 놀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인은 강철 체력을 갖고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하지만 문제가 없을 리가 없다.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몸에 축이 나면서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생활하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 몸은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에 맞추어 변화를 겪는다. 밤과 낮이 바뀌면서 인체의 내분비계는 변화가 나타난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변화이다. 이 멜라토닌의 분비는 빛에 반응하여 해가 지면서부터 시작하여 밤 11시 경에 최대치에 이르게 된다.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졸음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우리를 수면의 세계로 이끄는 멜라토닌의 작용에 저항하여 뇌가 각성상태를 유지할수록 뇌는 무언가 혈당을 올려주는 음식을 떠올린다. 뇌가 계속 각성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거의 유일한 연료인 혈당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야식을 먹을 경우 이 멜라토닌의 분비가 현저히 저하하게 된다고 연구들은 보고하고 있다.

또 멜라토닌의 분비가 저하되면 뇌는 그 전구체인 세로토닌을 어떻게든 더 만들어내어서 대처하려고 한다. 이 세로토닌은 소위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이것이 만성적으로 부족할 경우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단맛이 있는 음식은 일시적으로 뇌의 세로토닌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늦은 밤에 자꾸만 탄수화물을 찾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밤늦게 잠들지 않을 때 나타나는 또 한 가지 문제는 부신겉질에서 분비되는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단백질의 이화작용에 관여하며 각성상태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밤늦은 시간에 이 호르몬이 높은 상태가 되면 그만큼 깊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이는 몸의 회복과 치유에 방해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야식을 먹게 되면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방해를 받는다. 성장호르몬은 약 3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뇌하수체로부터 분비되는데, 잠들고 나서 처음 한 두 시간 동안 가장 크게 분비된다. 우리의 수면은 안구의 움직임이 크게 일어나는 렘(REM)수면과 논렘(non-REM)수면으로 구분되는데, 이 두 가지 수면이 자는 동안 교대로 일어나게 된다. 처음 잠이 들어서는 논렘수면이 먼저 시작되는데, 이때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온몸의 세포에서 단백질동화작용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대사작용을 갖는 호르몬이다. 일과 중 지치고 손상된 세포의 여기저기를 수선하고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이 논렘수면은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의 뇌파를 보면 뇌의 휴식을 의미하는 서파가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안구운동이 활발한 렘수면에서는 베타파와 같은 각성파가 많이 나타난다.

운동은 이 수면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구들은 하루 중 어느 한 때에 운동을 하였을 경우 처음 잠들어서 나타나는 논렘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특히 뇌의 휴식과 회복에 중요한 서파의 출현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이러한 인체 내분비계의 변화는 자율신경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작용하며, 또한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생활리듬이 깨진 상태라면 그것을 정상화시켜야 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을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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