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사람들은 시중에 떠도는 여러 가지 말에 위안을 받고 안심한다. 100세 시대 장수시대의 구호,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노래나 수시로 전송되어 오는 카톡의 좋은 말들에 수긍하고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그 내용은 나이든 이들의 해 볼 만한 일, 처신과 봉사, 인생 지침서 등 이다. 그러나 그런 말들을 실천하는 이는 드물며 다른 이들이 그래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많다. 남이 하니까 뭔가를 해 본다고 했을 때 잘 안되면 100세는 아직 멀었으니 천천히 하자는 생각을 하고 미루게 된다. 나는 남들과 다르게 별다른 재주가 없으니 그냥 여유로움을 즐기자 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별다른 것을 하지 않고 살아 온 관성대로 살아도 누가 뭐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무엇을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뭔가를 시도하고 재미를 느껴 본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생을 몇 단계로 나누어 보자면 첫 번째, 출생과 성장 공부가 하나의 기간이 된다. 두 번째, 본인의 결혼과 자녀의 출생과 양육 그리고 그것을 위한 경제 활동이 또 하나의 기간이 된다. 세 번째, 자녀의 결혼 본인의 퇴직 재취업 등 비교적 짧은 기간이다. 대다수 사람이 퇴직 후 은퇴가 아니라 재취업이나 창업을 한다.
그 중요한 이유는 본인의 생계유지와 자녀의 지원이다. 그러한 이유로 일을 해야 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네 번째는 은퇴와 마지막 빈 시간이 기다리는 단계인데 이마저도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없다. 자녀의 자녀를 위한 양육에 동원되는 것이다. 첫 단계에서 각 단계를 넘어갈수록 위험도는 커진다. 우리 사회의 특수한 여건에서 각 단계를 무사하게 마무리 짓기 어렵고 온전한 자기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후반 단계의 현상은 실직과 재취업 불가능, 투자 실패 그리고 황혼이혼 등이며 병까지 얻게 되는 확률이 높아진다.
행복한 100세가 요원한 일이 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부터는 자신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쉽지 않다. 노후 설계에 성공한 사람들은 세 번째 단계에 시작하여 네 번째 단계에는 경험자와 전문가가 되어 주위에 자신이 배우고 익힌 재능을 기부하고 행복해 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의 시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비해 시간적으로 짧은 편이다. 그러나 살아오는 동안 익힌 경험으로 효율성을 높여 계획을 수행한다면 질적으로는 같은 양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시간을 탓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폭넓게 생각하여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세울 계획에서 마무리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마무리 시간은 마음먹은 대로 정해지지 않지만, 가상의 기준을 정해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보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생각한 일은 가상으로 정한 시간보다 모자랄 수도 남을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매듭지을 수 있다. 죽음의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남은 시간을 설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다. 어떤 표현이든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한번은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러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네 번째 단계에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역산하는 계획은 한국인 평균수명이나 출생연도에 따른 잔여 수명으로 계산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가상의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면 마무리 짓는 일도 수월하게 된다. 계획을 세운다고 계획대로만 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른 생략과 추가 등이 가능하고 변경이나 새로운 계획도 가능하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그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를 알기이다. 내가 누구 인가를 아는 것이다. 영원히 알 수 없는 나 일지라도 알기를 노력한다면 나의 삶을 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내 주위의 삶도 공감을 가지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남을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 대한 이해와 그로 인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시도 안하는 사람들은 오늘 한 번 역산의 계획을 세워 보면 앞으로의 인생이 재미있고 실천 의지가 강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