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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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12)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10.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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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크로커스꽃
크로커스는 와인 잔 모양으로 보라색, 노란색 등의 빛깔로 핀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크로커스’ 청년은 ‘리즈’ 처녀를 사랑했다. 안타깝게도 리즈에게는 약혼자가 있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떠나 버리자 사랑의神 아프로디테는 비둘기가 둘 사이를 오가며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를 알게 된 리즈의 약혼자는 비둘기에게 활을 겨누어 화살은 당겼다. 몹시 흥분한 상태 때문인지 비둘기를 죽이지 못하고 엉뚱하게 리즈를 맞춰 죽음에 이르게 했다. 충격을 받은 약혼자는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은 크로커스라며 그마저 죽여 버렸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크로커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그를 크로커스 꽃으로 만들었다는 슬픈 얘기가 전해진다. 꽃말은 <믿는 기쁨>이다.

명자꽃
봄에 피는 꽃 중 가장 새빨간 꽃을 찾는다면 단연 ‘명자꽃’이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집의 아녀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이 난다고 하여 예전엔 집안에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예쁜 꽃임에 틀림이 없다. 어떻게 이 꽃이 탄생했을까? 궁금해진다. 예전에 여성 이름이 온통 ‘자’로 끝맺음하던 때가 있었다. 영자, 순자가 가장 많았지만 명자(明子)도 흔한 이름이었다. 꽃 이름으로서 명자는 한자 이름에서 변한 명칭이라 전해진다. 높이가 2m에 달하고 잎은 양끝이 뾰족하며 꽃은 4~5월에 핀다. 꽃말은 <신뢰, 수줍음>이다. 집 정원화단에 몽우리지고 활짝 핀 명자꽃이 운치를 더해 관상용으로 심기를 잘한 것 같다.

운중매화
고려 때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는 도공이 있었다. 결혼 사흘 앞두고 약혼녀가 죽자 그는 실의에 빠져 그릇을 만들지 못했다. 하루는 약혼녀의 무덤을 찾았는데 거기에 매화 한 그루가 돋아나 있어 그는 그 매화를 뜰에 옮겨 심고 그녀를 대하듯 사랑했다. 그는 항상 매화를 바라보며 자기가 늙어 죽은 후에 매화를 가꾸어 줄 사람이 없음을 한탄했다. 어느 날 그 집에 기척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가본즉 그는 죽고 그 옆에 예쁜 그릇이 하나 있어 열어보니 그 속에서 예쁜 새가 나와 뜰의 매화나무에 앉아 슬피 울더라는 것이다. 이 새가 바로 휘파람새로 도공의 넋이 화한 것이라는 애절한 전설이다. 지금도 휘파람새가 매화꽃을 따라다니는 것은 바로 도공의 넋이 약혼녀를 못 잊어 매화나무를 애절하게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깨끗한 마음, 결백>이라는 좋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흰색 민들레
노란색 꽃 민들레는 흔히 볼 수 있지만, 흰색 꽃은 보기가 쉽지 않다. 후자가 토종민들레인데, 베이비붐세대 유년기 때는 노란 민들레를 본 적이 없었다. 서양민들레가 수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흰 민들레 개체수가 전무한 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싹쓸이 훼손하였다고 한다.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소량의 모종을 밭둑에 심었는데, 개체수가 많아져 꽃을 피운다. 흰 민들레 꽃말은 <나의 사랑을 그대에게 바칩니다.> 노란민들레는 <감사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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