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는 맞추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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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는 맞추는 게 아니다
  • 김현희 명리학자
  • 승인 2019.10.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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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명리학자

피상담자의 삶을 맞추는지, 못 맞추는지가 명리학의 핵심이 아니다. 사주 당사자의 삶 전체를 맞출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사주로는 성향과 기질을 알고, 당사자가 어떻게 살지를 알 뿐이다. 사람은 하나의 소립자이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하고 변질한다. 사회적 환경과 여건이 더 큰 운명이다. 사주를 보려면 사회 전체의 상황도 알아야 하고, 개인이 처한 상황도 알아야 한다. 명리학은 돈이 없다, 몸이 아프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다, 성격이 어떻다 정도는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삶 전체를 맞출 수는 없다.

십성에 비견, 겁재가 있다. 비견은 ‘나’와 음양이 같은 오행이고, 겁재는 ‘나’와 음양이 다른 오행이다. ‘내’가 갑(甲)이면 갑(甲)이 비견이고, 을(乙)이 겁재이다. 비견은 형제, 친구, 동업자이다. 겁재는 경쟁자, 상하관계의 사람들, 선후배이다. 비견과 겁재가 많으면 자기 확대 욕망이 커지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한다. 자기 힘이 세져서 외부 간섭을 싫어한다. 친한 친구와는 화합하지만, 싫은 친구와는 거리를 둔다. 부부 관계에서는 배우자와 갈등이 있다. 자기를 주장하면서 강압적으로 누른다. 그러나 밀고 나가는 추진력, 독립심, 자수성가 의지, 인간관계 능력, 꿈을 이루는 투지력, 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서기를 한다. 이렇게 단점과 장점이 동시에 있다. 비견과 겁재가 장점으로 작용할지, 단점으로 작용할지는 상황에 달려 있다. 비겁을 제압하는 관성이 있거나, 비겁의 힘을 빼는 식상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사주를 잘 보려면 피상담자에게 구체적으로 현재 처한 상황을 물어보면서 상담을 하는 게 좋다. 피상담자가 ‘내’ 운명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 알아보겠다는 마음이라면 상담에서 얻어 갈 지혜가 없다. 상담을 통해서 자기 확인을 하고 자기 정화를 하면 된다. 자기가 처해 있는 현 상황을 사주를 보면서 해결책을 찾는 정도에서 멈추어야 한다. 사주 상담비가 2019년 기준으로 5만원에서 3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만한 돈으로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운이 어떻게 흐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적인 상황이 개인의 삶을 좌우한다. 한 개인이 사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운(運)이 긍정적이면 더 노력하면 되고, 부정적이면 현상유지를 위해 마음을 다잡으면 된다는 정도이다. 선택은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

십성에 따라 선택기준도 다르다. 비견, 겁재는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식신과 상관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 즐겁고 흥미로운 일을 한다. 정재와 편재는 결과물이 좋은 쪽으로 움직인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이다. 돈이 선택의 기준이다. 정관과 편관은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타인을 배려해서 선택하고 결정한다. 관성은 사회가 용인하는 도덕, 윤리이다. 관성은 타인에 맞추어 자기 욕망을 조절하는 명예심이다. 정인과 편인은 학문과 지식이 기준이다. 사회에서 용인된 지식이나 정보로 사건과 사람을 판단한다. 비견과 겁재는 자기중심적이고, 식신과 재성은 물질 중심적이고, 관성과 인성은 타인 중심적이다. 미세하게 다르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타인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삶의 기준이나 자유의지는 사주 당사자의 개인의지보다는 부딪치며 갈등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아버지가 언제 암에 걸리고, 어머니가 몇 살에 돌아가시고, 결혼은 언제 하고, 자식은 몇 명을 낳고, 자식이 사회적으로 어떤 인재가 될지 등등은 예측일 뿐이다. 딱 맞출 수는 없다. 맞춘다면 장님 문고리 잡기 식이다. 상담은 들어주는 일이 반이다. 피상담자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도록 돕는 일이다. 빚이 있으면 갚으려고 돈을 벌어야 하고, 병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가족관계가 전쟁터라면 가족하고 직접 부딪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죽고, 병들고, 망하고, 헤어지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언제 운명이 좋아질지를 예측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회적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아는 지식이 더 중요하다. 개인은 사회적 상황에 휩쓸려서 변질하는 수동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주당사자의 인생 전체를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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