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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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녀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1.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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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귀농한 육근복·김온숙 부부
옥천읍 서대리 한옥집 거실에서 육근복·김온숙 부부

육근복(62)‧김온숙(56) 부부는 수원에서 30년 동안 문구도매업을 했다. 군북면 자모리가 고향인 육 씨는 옥천중학교 22회 졸업생이다. 그는 1981년 농어민후계자 1기생으로 지원받아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가 1986년 수원으로 올라가서 문구도매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는 도시에 살면서 기반을 잡았지만,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접을 수가 없었단다. 산과 들 땅을 밟으며 살고 싶었던 육근복 씨는 2017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온다. 남편이 먼저 내려오고 올 초 아내 역시 내려와 옥천읍 서대리에 한옥으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부부는 내려와 한 해 동안 대전 성심당에 부추빵 만드는데 속재료로 들어가는 부추를 납품해왔다. 하우스 500여 평에 부추 농사를 지어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매일 오후 4시까지 납품해야 하는 양을 맞추기 위해 쉴 시간이 없었다. 지난달 16일까지 납품하고 이제 겨우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단다. 1년간 자유시간 없이 지내고 나서 부부는 이렇게 살 수 없다 생각해 부추 납품을 고려하기로 했다.

그들은 “부추 납품이 돈은 되는데 자유시간이 없어서 꼼짝할 수가 없다”며 “시골에서 쉬려고 왔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그 자리에 육미 복숭아를 심을 계획”을 하고 있다.

이어 “그동안 30년이 넘게 쉬지 않고 일해 왔다”며 “100% 놀 수 없으니까 쉬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농사도 지을 것”이란다.

때마침 집 거실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 놓고 있었다. 앞으로 노래 연습도 하고 취미활동도 하기 위해서다. 부부는 특별한 계획 없이 쉬면서 자연을 즐기고 싶어 했다. 

육 씨는 젊은 시절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있어서 부추농사를 오래 하려고 했는데 젊은 시절같이 몸이 따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이 먹어서 농사는 말처럼 쉽지 않다”며 “100여 평 정도의 텃밭 정도를 가꿔 형제들과 나눠 먹는 정도로 해야지 쉽게 생각해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아내 역시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을까 생각해서 오면 현실에서의 농사일은 생각보다 힘들다”며 “기반 없이 오면 시골이 살기 더 무서운 곳”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시골은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어 내려와야 한다. 맨손으로 이곳에 와서 농사나 지어야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적으로 말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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