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선수의 체중감량법과 우리의 살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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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선수의 체중감량법과 우리의 살빼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11.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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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거리의 현수막이나 인터넷 등에서 흔히 접하는 광고가 있다. “2주 만에 5kg 책임감량”과 같은 다이어트법이나 다이어트식품을 소개하는 광고이다. 매우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량의 체중을 줄여주겠다는 광고일수록 신뢰하기 어렵다.

사실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는 것은 먹는 것을 줄이면 가능하다. 단식을 하면 일주일 만에라도 체중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내가 시합을 앞두고 한계체중을 맞춰야 하는 레슬링선수가 아니라면 단기간에 체중을 그렇게 줄일 필요가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체중계 위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다이어트일까.

예를 들어 레슬링선수와 같은 체급별 선수는 시합을 앞두고 일주일 만에도 보통 5~10kg 정도는 쉽게 감량한다. 이 때 대부분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은 운동량도 늘리지만, 그보다는 식사량을 대폭 줄이고 시합이 다가오면 땀복이나 사우나를 이용한다. 이 때 레슬링선수의 체중이 감소하는 원인은 절대로 체지방이 감소해서가 아니다. 사실 레슬링선수의 체지방률은 대부분  10% 미만으로 몸 안에 더 줄일 지방이 남아있지도 않다. 단기간에 체중이 감소한 원인은 몸 안의 수분이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간과 근육에 저장하는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이 거의 고갈되는데, 이 글리코겐이 저장될 때 결합된 수분도 배출되기 때문에 체중이 2~3kg 정도는 금식과 함께 자연히 감소한다. 무제한급 미만의 레슬링선수는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량은 적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몸에 훨씬 많은 수분을 갖고 있어서 더 쉽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 근육조직의 수분함량은 약 75% 정도로 지방조직보다 훨씬 많은 수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조직은 약 20% 정도의 수분만을 갖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레슬링경기의 계체량은 경기 하루 전에 열렸다. 바로 이 계체량에 통과하기 위해 체중을 급격히 감량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계체량을 마친 후 다음 날 경기를 시작할 때에는 하루 만에 거의 원래 감량하기 전의 체중으로 돌아간다. 이는 일반 사람이 레슬링선수처럼 체중을 줄여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초에 우리가 ‘왜 다이어트를 시도하려 하는지’ 그 본래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다이어트의 목적이 ‘체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보다 근본적인 목적은 사실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몸매’를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체중을 줄이는 것은 보기 좋은 몸매를 갖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그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어느새 체중계 위의 숫자에만 매달리게 되다보니,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체중을 줄이는 것이 몸매를 보기 좋게 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것만이 몸매를 좋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체중을 줄이는 것만이 다이어트라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끼니를 굶어서 레슬링선수처럼 단기간에 체중이 많이 빠졌다고 좋아하거나, 사우나를 한 다음 일시적으로 탈수상태가 되어 체중이 감소한 것을 보고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속절없이 늘어나는 체중계 위의 숫자를 보고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누군가 내 앞에서 총을 들고 나타나서 단기간(몇 주 이내)에 10kg을 빼라고 생명을 위협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조건으로 먹는 것을 줄이든지 운동을 하던지 하나만 양자택일 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나라면 당연히 먹는 것을 줄일 것이다. 그러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제대로’ 체중감량을 해야 한다면, 즉 체중감량에 ‘제대로’라는 조건이 붙는다면 당연히 운동을 선택할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란 본래의 목적, 즉 보기 좋은 몸매를 달성하는 것에 더해서 다시 요요가 올 위험이 적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말한다. 어쨌든 먹는 것과 운동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모두 다이어트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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