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에는, 나는 너를 만나러 간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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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에는, 나는 너를 만나러 간다(1)
  • 우현자 시인
  • 승인 2019.11.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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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자 시인

아프거나 마음이 쓸쓸한 날에는 서점엘 간다. 사람을 찾아서 하소연을 하기 이전에 우선 가까운 서점을 찾아 책을 한 권 찾아 들고 가장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앉는다. (가까운 서점은 늘 나의 비밀 아지트가 되어준다)그리고는 위에서 아래로 아니면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찾아 펴서 아무 생각 없이 활자를 따라 읽는다. 그러다 보면 인간관계로 인한 복잡함도 마음의 허전함도 조금은 느슨하게 내려앉기 시작한다. 죽은 자와 산자의 호흡이 엉기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 생의 막연한 아픔들을 스스로 위로받곤 한다. 누군가 해줄 수 없는 말들을 그들은 서슴없이 들려주기도 하고 막막하기만 했던 도시의 차가운 불빛을 덮어주기도 미움의 방향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책들을 만나야 할까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기 위한 도끼여야 한다고 한다.” 카프카의 저 유명한 말처럼 날카로운 도끼로 굳어버린 생각을 부수어가며 책을 읽을 것인가 아니면 알랭드 보통의 <소설이 필요할 때>라는 저서처럼 그렇게 조금은 가볍게 소설을 먼저 들고 읽을 것인가. 이때 우리가 위태롭게 만나는 것이 책 읽기의 즐거움도 있지만 책 읽기의 괴로움도 생기게 된다. 책읽기가 일상에 습관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빽빽하게 들어찬 활자들을 몰입해서 읽기란 결코 쉽지만도 않은 괴로운 일이기도 한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얘기되어 오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책 한 권을 들고 여유를 찾기란 그리 녹록치가 않은 시간들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수도 없이 문장들이 가을만 되면 쓰이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독서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예전에는 취미가 독서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점점 책이 팔리지 않는 세대가 된다고 서점들은 한탄을 한다.

그렇다면 독서는 과연 무엇일까.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논리적 사고를 키워준다는 것일 것이다. 책은 선적인 매체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선을 따라 읽어내려 가다보면 내용의 구성을 일관된 논리로 풀어가게 된다. 또한 독서는 비판적 사고를 넓혀준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저자들의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 가는 것이다. 즉 비판적 사고를 키워가는 행위인 것이다. 이외에도 독서는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려고 읽기도 하지만 저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활동이기도 하다. 이 저자와의 대화는 일상생활에서의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것은 책을 읽는 사람이 이해한 저자의 생각과 나 사이의 대화, 다시 말해 ‘나와 나 사이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서는 결국 내면의 대화를 부추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내면의 확장을 생성하며 현 시대가 중요시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떠한 책들을 만나보고 싶은가. 먼저 책의 시작은 즐거움이다. 재미있는 책, 흥미를 주는 책부터 읽는 것이다. 무조건 읽으면서 재미있으면 되는 것이다. 소위 야하지만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나, 가볍게 뒹굴며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나 철학 입문서쯤 되는 영화나 미술에 빗대어 쉽게 풀어 놓은 책들, 그래서 끝까지 활자를 놓치지 않게 하는 책이라면 된다. 이렇게 개인적 양서들로 시작을 하면 된다. 내가 우울할 때 고독할 때 찾게 되는 책, 내 상처를 읽어 주는 책, 생에 용기를 잃었을 때 새로운 지침을 주는 책등을 분류해 스스로의 양서로 삼아주면 되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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