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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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사랑법
  • 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 승인 2019.11.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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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다루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부부의 관계이다. 이것은 최고단계의 인간관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타인과의 문제는 다소간의 상처나 손해를 입더라도 해결책은 간단하다. 헤어지고 멀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부부의 인간관계는 오랜 기간이며 항상 같은 형태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복잡하다. 그리고 연극이나 드라마처럼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해하기 쉽고 앞부분의 도입부만 보더라도 예측이 가능하다. 뻔한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즐겨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갈등이 어떻게 풀어지는지를 보는 것이 즐겁다. 공감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 그러나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내 문제의 갈등은 어떠한가. 예측이 불허하다. 내 마음에 따라 갈등의 심도와 결론도 다양해진다.

인간에게서 뜨거운 사랑의 시기는 잠깐이고 아이의 양육이나 공동목표의 생활이 시작되면 사랑은 친밀감으로 바뀌게 된다. 이 친밀감은 애정 가족애 등 여러 가지 용어로 불리 운다. 그리고 그것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이 시기마저 지나고 나면 그저 덤덤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때 잠재된 갈등은 표면화 되면서 문제가 일어난다. 온갖 고초 끝에 헤어지게 되면 홀로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것으로 만족할까.

부부가 젊은 시절에 사랑한다는 문제는 긴 인생과 비교해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적어도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 부부의 사랑은 남녀의 사랑이며 인간 본능에 의존하는 것이다. 불행한 것은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사랑과는 좀 다른 친밀감으로 관계의 전환이 일어난다. 친밀감의 정도에 따라 더 가까워 질 수도 멀어 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전환을 이해하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갈등만 커지고 서로를 원망하게 된다.

우리가 사랑을 할 때는 달콤한 감정을 갖게 되고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뇌에 분비되는 사랑의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들은 우리의 이성을 잠시 약화 시키고 남녀의 사랑을 유도 한다. 그 이유는 번식이다. 후세를 만드는 일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필수적인 일이다. 이러한 의미의 사랑은 인간들에게는 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구 초기에는 불필요 했던 일이 좀 더 나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랑이 필요하게 되었다.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은 이 점을 간과하고 사랑을 너무 아름답고 기대감 넘치는 환상으로 만든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인간은 관계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오랫동안 같이 지낼 수 있는 방법, 즉 친밀한 감정을 생성하여 사랑 이후에 조화를 유도하였다. 친밀한 감정의 조절과 조화만이 포괄적인 부부 사랑법의 생명이다.

일반적으로 부부의 갈등에서 다툼을 칼로 물 베기라고 하는데 그것은 다시 흔적 없이 합쳐지는 물을 보고 한 말로 하나의 바램 일지도 모른다. 물은 그럴지 몰라도 인간의 마음은 심연 속에 각인이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자국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부부의 사랑의 유지는 각기 공존이 가능한 하나의 문화적 체계를 생성해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체계의 조화는 기질적으로 맞아야 이루어진다. 그리고 독립적이어야 공존한다. 또한 유연하게 변해야 유지된다. 그 밑바탕에 필요한 것은 친밀감이다.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하는 것에 대해 경중이 없어야 친밀감은 유지 된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 때문에 나의 인생이 좀 더 나아지지 못했다고 생각 한다면 나의 친밀감은 메마르게 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상대방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뭔가를 해야 공동의 친밀감이 높아진다. 고양된 친밀한 감정은 남녀의 관계를 넘어 타인으로 확대된다. 또한 생명체와 자연에 대한 친밀감에 다다르게 되면 이 세상에 잠깐 존재하다 원소로 돌아가는 우리는 차원이 다른 고양된 사랑의 감정을 선물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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