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땅 미얀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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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 미얀마(2)
  • 김은주 ㈜디에스퍼니처 대표
  • 승인 2019.11.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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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 속으로…
김은주 ㈜디에스퍼니처 대표

사원 뒤편에는 오일장이 열린다. 인근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한 보따리씩 짐을 들고 장으로 몰려든다. 얼굴에는 다나까를 바르고 머리에는 알록달록 터번을 두르고 잔뜩 기대 부푼 얼굴로 가져온 물건들을 펼쳐 놓는다.

얼굴 주름이 깊게 패인 할머니의 곰방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 뒤로 할머니의 편안하지 않았던 삶이 엿보인다. 전대를 찬 모습은 우리나라 장터의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았다. 역시 장날의 백미는 먹거리. 샨 지역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샨카욱쉐’ 라는 쌀국수는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여인네들이 장을 보고 난 후에 마지막에 꽃을 한 다발 사서 머리에 이고 장을 떠난다. 넉넉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삶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모습이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곳이 있다.

내가 묵었던 인레 밍글라마.

처음 방문을 열었을 때, 오후의 빛이 창가를 비추고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은 와인빛 엷은 커튼을 춤추게 하고 있었다. 8불의 투숙비가 민망할 만큼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젊은 여주인은 투숙객들에게 라임을 직접 짜서 바나나 또띠와 함께 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라임 주스의 맛은 또렷이 기억날 정도다.

오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았던, 감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곳, 밍글라마.

4박 5일 동안 잔잔한 행복을 누렸던 곳이다.

다시 인레를 찾는다면 조금의 망설임 없이 밍글라마에.

카메라를 들고 가벼운 산책길에 나섰다.

순박한 아이들, 눈이 마주치면 미소로 답하는 사람들.

동네 시장에 들렀다.

여행 내내 궁금했던 다나까를 파는 상점 앞에 섰다.

미얀마 사람들은 얼굴에 진흙을 바르고 다니는 줄 알았다.

다나까라는 대나무를 갈아서 얼굴에 바른다고 하는데 피부 진정, 자외선 차단,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호기심 어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으니 주인이 얼굴에 발라 준다. 다나까를 바르고 시장을 돌아보는데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따끔거리기 시작해 재빨리 얼굴을 씻었는데도 그 후유증은 오래갔다. 나에게는 맞지 않는 미얀마 천연화장품이었다.

여행을 가면 되도록 그 나라의 전통음식, 의상 등을 경험해 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미얀마의 전통의상 론지는 자신이 없었다.

입고 다니다 매듭이 풀어지면 그 민망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론지는 미얀마의 기후 조건에 맞아 바지보다 편하다고 한다. 모든 계층, 누구나 다 입고 있어서 어색해 보이지도 않았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론지를 입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켰다고 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곳.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찡해지던 곳

매일 아침 만났던 비장한 표정의 탁발승들.

과자 한 봉지 사서 동네 아이들과 쪼그리고 앉아 나눠먹던 기억들.

울퉁불퉁 먼지 나는 신작로마저 오래 기억하고픈 곳, 미얀마.

마을 귀퉁이에서 아기를 업고 꽃을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과 함께 사진 찍는 것으로 나의 미얀마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미얀마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어서 도시 간의 이동은 넉넉한 시간을 두어야 하는 것을 양곤공항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국내선에서 국제선으로 정신없이 뛰어 간신히 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미얀마 밍글라바...

에필로그
방콕 차오프라야 강변에 있는 작은 호텔에 몸을 뉘었다.
열흘간의 미얀마 여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과 피곤함이 몰려왔다.
배낭여행의 성지 카오산 로드.
아이러니하게도 이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곳에서 매번 편안함을 느낀다. 람부뜨리 거리는 여전했다. 적은 돈으로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 수레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는 주머니가 가벼워진 여행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툭툭 기사와 흥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즐겁게 들렸다. 더위에 지쳐 길바닥에 누워 하품하는 길냥이도 반가웠다. 300바트(만원정도)에 여행의 노곤함을 맡길 수 있는 타이마사지사의 손짓도 유쾌하다. 1키로 30바트에 여행자들의 빨래를 책임져 주고 계신 허리가 반쯤 굽은 할머니도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신다. 우리나라 소고기국 비슷한 음식을 파는 ‘나이쏘이’에 들러 허기를 채우고 땡모 주스 한 잔을 들고 느릿한 걸음으로 그리웠던 람부뜨리를 걸었다.
지금 가면 낙엽은 남아있을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든 생각이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 본 내 나라의 하늘은 맑고 청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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