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횡단을 계절마다 지불하고
생이라는 청춘은 이미 돌아볼 일 없는
그 아슴한 거리가 우리를
아프게 둘 때
가을은 어느 뺨이든
찬란하게 쓰러져 눕는다
꽃과 싹이 우리를 돌아 나갈 즈음
생이라는 반찬을 조물조물 무쳐
한 상차림으로 위로하는
나이라는 기호를 울면서 먹는다
일생이라는 말이 먹먹해서
돌아보면 청춘이 서려있지 않은 곳 없어
훗날이라는 그 마땅한 말에
유통기한이 있었다는 걸
나는 모르고, 우리는 더욱 모르고
나이를 차려놓고 울면서 먹는
저 위로 또 하나가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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