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병장 영규대사가 판각한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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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병장 영규대사가 판각한 불화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11.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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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승병훈련장 가산사 옆
가산박물관 박희구 관장 기허 유물 소장
목판에 각을 해 불경 편찬에 삽입
약사유래광불 등 3부처 그림 등장

임진왜란 당시 중봉(重峰) 조헌(趙憲) 선생과 함께 승려로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승병장 기허(騎虛) 영규대사(靈圭大師). 그의 이름과 달리 그가 남긴 유물은 흔치 않다. 그러기에 더 귀중한 유물들 중 승려들의 훈련장으로 사용됐던 옥천 가산사 옆 가산박물관 박희구 관장이 소장하고 있다. 영규대사가 직접 판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화(佛畵) 속으로 들어간다.

조선 중기 충남 공주 출신으로 속성은 박씨(朴氏)이고, 본관은 밀양(密陽). 호는 기허(騎虛)이다. 계룡산 갑사에서 출가한 뒤 사명대사 유정(惟政)과 함께 서산대사 휴정(休靜)의 문하에서 법을 깨우쳐 휴정의 제자가 됐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병 수백 명을 규합하였는데, 이때 승병을 조직한 것은 영규가 최초로서 전국에서 승병이 궐기하는 도화선이 됐다.

관군과 더불어 청주성을 점령한 왜군을 공격한 영규는 다시 조헌 선생과 힘을 합쳐 청주성을 탈환한 후, 1592년 8월 18일 조헌과 함께 금산성 전투에서 최후까지 왜군과 맞서 호남 침공을 저지했다. 그러나 부상을 입고 그 해 8월 20일 현재의 비각이 있는 자리에 돌아와 숨을 거뒀다.

불화(佛畵)는 불교회화(佛敎繪畫)를 줄여서 부르는 용어로 존상화(尊像畫), 즉 절의 법당 같은 곳에 모셔 놓고 예배하기 위한 그림을 일컫는다. 또 불교도나 이교도를 교화하기 위한 가지가지 그림이나 절을 장엄하게 하기 위한 단청(丹靑) 등 불교적인 목적을 지닌 일체의 그림을 일컫는다.

불화가 언제 발생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불교 조각과 마찬가지로 불교의 성립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초기의 작품으로 현재 남아 있는 예는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불화는 인도 아잔타석굴(Ajanta石窟)의 벽화들이다. 물론 이 불화들은 서기전 2세기경 작품들이어서 부처 당시 또는 초기 불교의 불화들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박희구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약사유리광불은 질병과 재난을 없애 준다는 약사 신앙에서 나온 것이다. 불화로 조성할 경우 역시 몇 가지 형식으로 그려진다. 약사여래 단독상만 그려지는 경우와 약사여래·일광보살·월광보살을 그리는 삼존 형식(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약사여래삼존도)과 삼존상 이외에 12신장과 기타 성중을 거느린 경우, 동방유리광세계인 동방 정토를 그리는 경우 등이다.

그런데 조선 후기부터는 석가삼존후불탱의 왼쪽에 약사여래를 표현한 형식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쌍계사 대웅전을 비롯한 운흥사 대웅전, 광덕사 대웅전, 화엄사 각황전 등의 왼쪽 후불탱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조선시대의 불화는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1기는 15세기 중엽까지이고, 2기는 17세기 초까지, 3기는 18세기 중엽까지, 4기는 1900년경까지이다.

박 관장이 소장한 불화는 영규대사가 목판에 판각한 것으로 2기에 해당한다. 2기 불화는 조선적인 불화 양식이 완전히 정립된 것으로, 군도적(群圖的)인 구도와 함께 평면적인 형태, 홍녹색이 주조를 이루는 차분한 채색 등으로 조선적인 불화 특징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영규대사는 중국의 법궤월유도의 불화를 판각했다. 그중 박 관장은 약사유리광불과 남무낭자영불, 삼회미륵존불회 등 3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 관장은 “왜군을 맞이해 목숨을 걸고 싸운 영규대사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지만 그의 불심을 향한 열정에 대해선 다소 덜 알려져 있다”며 “그의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 가산박물관이 소장한 불화는 매우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웃 가산사는 영규대사가 승려들을 훈련시킨 곳인데 바로 그 옆 가산박물관에 그의 유물이 있다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닌 듯 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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