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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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 송은애 시인
  • 승인 2019.11.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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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애 시인

가을을 쓸어 모으는 기계차를 보며 격세지감의 운율을 그려본다.

떨어진 은행잎이 지저분하다며 청소차는 굉음을 내며 도시의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아름다운 노란빛의 은행잎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면 내 마음이 아프다. 그냥두면 시나브로 자연에게 돌아갈 텐데 꼭 저렇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지만 운치가 사라진 시대가 무감각으로 우리를 아프게 한다. 그렇게 아프게 가을은 떠나가고...

어제는 안동의 도산서원과 대전의 도산서원을 넘나들며 길 떠난 지인들의 모습을 못내 아쉬워하며 그들이 보내주는 단풍의 가을 길을 눈요기하며 하루를 보냈다.

사적 제170호. 1574년(선조 7) 지방유림의 발의로 도산서당의 뒤편에 창건하여 이황의 위패를 모셨다는 도산서원, 1575년 선조로부터 한석봉(韓石峰)이 쓴 ‘도산’(陶山)의 사액을 받았다. 영남유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도산서원은 흥선 대원군의 서원철폐 당시에도 훼철되지 않고 존속한 47개 서원 중의 하나다.

경내의 건물로 이황과 제자 조목(趙穆)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상덕사(보물 제211호)와 서원의 강당인 전교당(보물 제210호) 그리고 전사청, 유생들이 거처하던 동재·서재, 장서를 보관하던 도서관이 매화를 극히 사랑했던 이황의 정신을 추구한 나머지 구석구석 매화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안동의 도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고풍을 자랑하고 있다.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이 살아 있어 마음에 새기고 싶은 곳이다. 도산서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은 소수서원(1543년 건립), 남계서원(1552년 건립), 옥산서원(1573년 건립), 도산서원(1574년 건립), 필암서원(1590년 건립), 도동서원(1605년 건립), 병산서원(1613년 건립), 무성서원(1615년 건립), 돈암서원(1634년 건립)이다. 공교롭게 9개 서원중 도산서원은 대전의 도산서원과 이름이 똑같다.

대전의 도산서원은 1693년(숙종 19) 지방유림의 공의로 권득기(權得己)와 권시(權諰)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안동의 도산서원과는 다르게 흥선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1년(고종 8)에 훼철되었으나 1921년 지방유림이 단(壇)을 세우고 춘추로 향사를 계속해 왔다. 그 뒤 1968년 사우(祠宇) 3칸과 묘문(廟門) 3칸을 중건하였으며, 1973년 강당·동재(東齋)·서재(西齋)·대문·전사청(典祀廳) 등을 복원하였다.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매년 음력 3월 중정(中丁: 두번째 丁日)과 9월 중정에 향사를 지내고 있다. 요즈음엔 서원과 함께하는 라온마실과 와유회, 유생의 하루 등 즐거운 프로그램으로 대전에서는 유일하게 시민들과 공유하는 서원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는 시작된다.

본관이 안동(安東). 자는 중지(重之), 호는 만회(晩悔)인 권득기 선생은 안동 권씨임에도 불구하고 대전에서 강학하며 꿈을 펼쳤고, 조선 중기 주자성리학을 발전시킨 조선의 유학자 이황은 단양군수, 풍기군수를 지내다가 이듬해 병을 얻어 퇴계의 서쪽에 한서암을 짓고 공부했다. 이후 성균관대사성으로 임명되고 여러 차례 벼슬을 제수 받았으나 대부분 사퇴했으며, 도산서당에서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이황 사후 1574년(선조 7),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도산서원이 설립되었다. 이황 태실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안동의 도산서원 (陶山書院 사적 제170호)과 대전의 도산서원 (道山書院 문화재자료 제3호)은 시대적 차이와 기리는 상대가 다르지만 안동이라는 인연과 안동 권씨(權氏)의 내력은 숨길 수 없는 무언의 끈으로 연결된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서원의 가을 풍경도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서 있겠지만 겨울을 부르는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 고풍스러운 고택과 서원을 공부하는 재미가 무척 지혜로운 시간 같다. 아니,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가을이 지나기 전에 두 서원을 한번쯤 다녀온다면 겨울을 맞이하기에 여유를 부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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