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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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을 위하여
  • 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 승인 2019.11.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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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혼자된다는 것은 매우 쓸쓸한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쓸쓸함을 지나 외로움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혼자됨을 참지 못한다. 무언가를 찾아 같이 하려고 한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혼밥과 혼술이 어색하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술 먹으며 같이 떠들썩하게 지내지 않으면 왕따 당한 기분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홀로 된다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한편으로는 같이 한다는 것 이면에는 서로 간의 불신이나 미움 그리고 비난 등이 내재 되어 있기도 하다.

인간은 한순간도 예외 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리고 관계망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혼자 있으면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으니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관계망을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 관계망이 자신의 족쇄가 된다. 가족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원천적 관계망이기에 제거하기가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차마 버릴 수 없는 관계망 속에서 갈등이 증폭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괴로워한다. 가족과 사회적 관계망이 너무 경직되면 괴롭다.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늘려 가는 것이다. 관계망이 느슨해지면 서로 좋은 것이다. 한 예로서 같이 밥 먹으러 가면 약속을 해야 한다. 다른 일이 생겨도 취소하기 어렵다. 혼자 가면 아무 때나 무엇을 먹어도 상관없다. 나이 들수록 유연한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은 혼자되더라도 살아갈 궁리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닥친 문제를 해결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관계망이 제거되지 않고 잠시 멀어져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좋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함으로써 여유로움을 갖는 일이다. 여유로워지면 무언가 생각하게 된다.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누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모든 관계망을 통해 안도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함으로써 혼자 있어도 평온한 상태를 얻게 된다. 원래 초기의 인간은 혼자 생존할 수 없었다.

서로 협동적인 체제를 구축함으로서 자연계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금의 복잡하게 조직화 된 사회에서 생존하고 자신의 욕망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과도하고 거대한 관계를 맺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층적인 관계망 속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곤충같이 벗어나려 할수록 옥죄어 드는 것이다. 단지 차이점은 대부분 스스로 만든 거미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성찰을 해 보면 단 한 번 존재하다 사라지는 내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혼자되는 시간을 갖기 위하여 외부와 절대적인 차단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로빈슨 크루소 같이 섬에 고립되어 모든 문명에서 차단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혼자 있어도 텔레비전 전화 카톡 이메일 등을 통하여 여전히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라도 탄력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단지 혼자되는 시간을 통하여 스스로 옥죄인 족쇄를 풀면 성공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으면 만족한 일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관계망을 잠시 떠나 자연스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기존의 관계망을 새롭게 재구축하고 유연하게 운용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똘똘 뭉쳐 벗어나기 어려운 사회의 관계망 속에서는 개인의 개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스스로 풀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무를 붙잡고 서서 나무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는 회자되는 경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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