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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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17)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11.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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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빨강小국화
옛날 중국에 장방(長房)이라는 현자(賢者)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항경(恒景)이라는 사람에게 한 가지 예언을 하였다. “9월9일 중양절에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네. 이를 막으려면 집안사람 각자가 주머니 속에 산수유를 넣어서 팔에 걸고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술을 마시면 화를 면하게 될 것이네.” 장방이 산에 올라, 그렇게 하였더니 집에 닭이며 개, 돼지 등 가축이 죽어있었다. 이는 사람 대신 죽은 것이고, 국화가 가족을 살리는 역할 한 셈이다. 중양절엔 산수유를 가지고 다니는 풍습이 생겼으며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가 꽃말이다.

초롱꽃
초롱꽃은 누구나 다 아는 꽃이다. 슬픈 전설이 있다. 그리스로마신화 올림포스에는 신들만이 먹는 황금능금 과수원이 있었다. ‘캄파뉴르’라는 예쁜 소녀가 과수원을 지키며 살고 있었는데, 이 귀중한 과일을 호시탐탐 노리는 나쁜 무리가 있었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캄파뉴르’가 잠들 무렵을 틈타 능금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이를 직감한 그녀는 서둘러 은종을 흔들었다.
종소리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과수원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고, 당황한 젊은이는 칼을 뽑아 ‘캄파뉴르’ 가슴을 찌르고 도망쳤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캄파뉴르’의 죽음을 가엾이 여겨 그녀를 은색의 아름다운 초롱꽃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인도, 침묵>이 꽃말이다. 우리 화단에 초롱꽃이 막 피었다. 줄기는 30~80cm로 곧게 크고 꽃은 흰색 또는 황백색으로 아래를 향해 종 또는 초롱 모양으로 달리는 아름다운 야생화다.

유리옵스꽃
봄에 피는 가을 국화(菊花) ‘유리옵스’꽃이다. 화훼시장에서 만나 우리 정원에 옮겨 심었다. 유리옵스는 남아프리카 원산으로 제주도와 남해안의 따뜻한 지역에서만 월동한다.
여름 가을 지나고 추워지면 화분에 심고 실내로 옮겨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원예식물이다.
긴 꽃대에 3~4cm 크기의 노란색 꽃이 하나씩 핀다. 꽃말은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로 귀한 대접을 받는 귀화식물이다.

우단동자꽃
작년 여름 이웃 지인이 건네준 씨앗을 울타리 땅에 심었다. 씨앗이 싹터 올라 월동하더니 올해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우단동자’였다. 동자꽃엔 전설이 있다. 산골짜기 조그마한 암자에 스님 한 분과 어린 동자가 살고 있었다.
스님은 동짓달 무렵, 월동준비를 위해 마을로 내려간 밤에 눈이 한 길이나 쌓여 암자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린 동자는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스님 오기만을 기다리다 마침내 앉은 채로 죽고 말았다. 겨울 내내 눈이 녹지 않다가 봄이 다돼서야 암자로 돌아온 스님은 마당 끝 언덕에 앉아서 죽은 동자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다. 그해 여름 무덤가에 동자의 얼굴 같은 붉은색 꽃들이 마을을 향해 피어났다. 이 꽃을 ‘동자꽃’이라 불렀다. 어린 동자의 오랜 <기다림>이 꽃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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