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문자? 그게 뭐지?… 독특한 글 문화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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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문자? 그게 뭐지?… 독특한 글 문화 흔적을 찾아서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11.2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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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박물관 박희구 관장
이두문자 표기 묘법연화경·삼국유사
유서필지·논어·소학·최초 국어사전 소장
박 관장 “우리 글 없던 시대 기호화,
한글 창제 후 한글로 표기한 글 문화”

이두문자? 1960년 이후 출생자들에겐 생소한 단어다. 신라시대 때부터 사용돼 온 이두문자가 1957년 발행 국어사전부터 사라졌다. 한글 창제 이전엔 기호화된 이두문자를 사용해 오다 창제 이후부터 한글로 사용했다. 한글 창제의 동기가 되기도 한 우리 민족의 독특한 글 문화 중 하나인 이두문자 흔적을 찾아 가산박물관을 찾았다. 박희구 관장이 소장한 여러 옛 서적엔 이두문자가 표기돼 있었다. 독특한 글 문화 이두문자 속으로 들어간다.

이두문자는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한국어를 표기한 차자표기법(借字表記法)의 하나다. 이도(吏道)·이도(吏刀)·이두(吏頭)·이토(吏吐)라고도 한다. 넓은 뜻으로는 한자차용표기법 전체를 가리켜 향찰(鄕札)·구결(口訣) 및 삼국시대의 고유명사표기 등을 총칭하는 말로 쓰이나, 좁은 뜻으로는 한자를 한국어의 문장구성법에 따라 고치고 이에 토를 붙인 것에 한정된다.

균여전(均如傳)에서 향가와 같은 완전한 한국어의 문장을 향찰이라고 불렀던 사실과 관련해 향찰은 이두와 구별된다. 이두문체는 이미 삼국시대에 발달하기 시작, 통일신라시대에 표기법이 완성돼 19세기 말까지 계승돼 왔다.

향찰은 통일신라시대에 발달해 고려시대까지만 사용돼 왔다. 이두는 시대에 따라 그 표기법은 발달하였으나 문어(文語)로서 보수성이 강해 후대에 올수록 현실언어와 거리가 멀어졌다. 이두는 신라 때 설총(薛聰)이 만든 것이라는 기록이 있으나, 이두라는 표기법을 어느 한 개인이 창작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회 각층에서 각각 행해진 문자사용법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연히 정착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두를 정리한 문헌으로는 이의봉(李義鳳)의 고금석림(古今釋林)에 실린 나려이두(羅麗吏讀), 구윤명(具允明)의 전율통보(典律通補) 등이 있으며, 어학적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기는 일본인 한국어학자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 양주동(梁柱東) 등에 의해서다. 이두 사용의 예를 들면 명사에는 (進賜/나리→나으리) (召史/조→양민의 안해) (役只/격기→손님치르기) 등, 대명사에는 (吾/나→1인칭) (汝/너→2인칭) 등, 조사에는 (亦/이, 是/이, 敎是/이시(존칭)→주격) (乙/을→대격) 등, 부사에는 (强亦/구틔여) (無亦/업스여(없이)) 등이 있다. 이상의 글자들을 차자체계에서 보면, 독자(讀字)는 한자 본래의 의미를 살려 음이나 새김을 차용한 것이고, 가자(假字)는 한자 본래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음이나 새김의 발음만 빌려서 한국어를 표기한 것이다.

조선시대의 이두문은 주로 왕이 신하에게 내리는 글, 신하나 백성이 왕에게 올리는 상언류(上言類)·정사류(呈辭類) 등, 관(官)과 관 사이에 주고받는 첩정문(牒呈文)·관문(關文) 등에 쓰였다.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 중 하나는 한국어를 표기하기에 불완전한 이두를 대체하고자 한 것으로, 훈민정음 창제 후 이두로 기록되던 영역이 훈민정음이나 한문으로 대체되어 이두는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박 관장이 소장한 고려 때 씌여진 묘법연화경에는 이두문자가 사용됐다. 1600년 경 관청의 서류서식 등을 소개한 유서필지에도, 발행 시기를 알 수 없는 논어와 소학에도 표기돼 있다.

1936년 우리나라 최초 국어사전에도 이두문자가 부록으로 실렸다. 특이할 점은 박 관장이 소장한 1956년 발행 국어사전에는 실렸으나 이듬해 발행된 국어사전 부록에는 빠져있다.

이에 박 관장은 “신라 때부터 사용된 이두문자가 1956년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며 “글이 없던 우리 민족이 독특한 기호를 사용해 한문을 읽었다”며 “이는 한글 창제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두문자는 오래 전 사라졌지만 우리 민족의 독특한 글 문화로 남아있다”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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