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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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19.11.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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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편 -
배정옥 수필가

여행은 새로운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발견해 그 가치를 다시 인식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여행은 유람 정도가 아닌 ‘감성 기행’이었다.

‘감성’은 삶을 살면서 여행을 통해 가족애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으며 중요성과 끈끈한 정을 재인식할 수 있는 성찰과 깨달음을 얻는 능력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계획은 했으면서도 결행을 못하고 있었다. 1월 21일 ‘드디어’라고 하면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여곡절 끝에 하얀 겨울에 여름을 만나려 우리 일행은 새벽 찬 바람을 헤치고 인천국제공항 발 스카이 앙코르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하루 사분의 일을 날아 비행기는 세계의 지붕을 넘어서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에 내렸다. 오전 11시, 우리에겐 선선한 가을 날씨지만 베트남은 한겨울이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추위에 약한 탓인지 털모자에 털목도리를 두르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다. 이동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우리나라 70년대가 맞을 것 같다.

첫 일정으로 문학 사원을 방문했다. 문학 사원은 최초의 국자감으로 우리나라 성균관과 같다. 국가의 학교, 우리나라 향교의 개념으로 공자를 추향하는 곳이다. 대성지 성문 선왕 및 선성 선현의 위패 봉안하는 일종의 문묘이다. 우리나라 향교에는 하마비가 있는데, 가이드가 설명하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대소인원개하마)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위 직위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라도 예의를 갖추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베트남은 거북이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머리를 쓰다듬으면 자녀들의 시험과 출세에 도움이 된다하여 많은 사람들의 손때로 반들반들 하다못해 달아서 작아진 듯하였다.

주변의 하노이 시내관광을 간단히 마치고 4시간을 달려 하롱베이로 이동하여 석식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5성급 객실은 나름 깨끗하고 하얀 시트의 침대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1월 22일 둘째 날. 어제에 이어 버스를 타고 부두로 갔다.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지정 50선 중 하나인 하롱베이. 아름답기가 그림 같은 3천여 개의 주변 섬들을 어찌 표현 할 수 있으랴.

푸르고 깊은 바다 위에 기암괴석들이 은하수별처럼 빛났다. 그 사이로 유람선은 청남빛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헤쳐 나간다. 기암괴석과 풍광이 한 폭의 수묵화를 펼쳐놓은 듯하였다. 호수와 같이 잔잔한 해면과 그 위에 살포시 떠있는 용 섬, 원숭이 섬, 거북이 섬 등의 별명이 붙은 섬들로 ‘바다의 계림’ 이라고도 불린다,

다행히 우리는 운이 좋았다. 하롱베이는 10명 중 3명은 관광을 못 할 정도로 바람이나 태풍, 안개로 인하여 배가 출항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행은 유람선을 타고 섬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그 절경에 도취하여 선상을 오르내리며 추억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비릿한 바닷물이 목덜미를 감아댈 무렵, 교차선인 바지선에 닿았다. 섬 안 더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 일행 9명, 사공과 나룻배에 옮겨 탔다. 두려움에 차 있는 우리를 보고 까뭇한 구릿빛 소년이 하얀 치아를 들어내고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다. 좁은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잔잔한 호수와 같았다. 영화 “‘인도차이나’와 월리엄스의 ‘굿 모닝 베트남’ 촬영 배경이 되었던 곳, 그 깊고 푸른 물 깊이가 얼마나 될까 ‘만약에’ 아찔한 생각에 잠겨있는데,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어 신나는 가요가 흥을 돋우었다. 나름 깔끔하고 멋지게 생긴 30대 센스 있는 가이드가 핸드폰에 다운을 받아 들려주며 본인 자랑에 한창이었다. 듣고 있노라니 평온함에 행복감이라 할까, 우리에게 음악은 필수품처럼 꼭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섬 중에서 유일하게 백사장이 있다는 티톱 섬에 닿았다. 입구에 콧대가 오뚝하고 잘생긴 이국적인 사람의 동상이 우뚝 서서 맞이하고 있었다. 바로 이 섬의 주인인 셈인 티톱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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