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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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으니~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19.11.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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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세월은 오는지 가는지 모르게 조용히 오고간다. 올해 또 듣는 북풍(北風) 소리는 작년 이 맘 때의 것과 하등 달라진 것이 없이 귀에 익숙하고 강렬하다. 언제 반복해 들어도 그것은 그렇다.

귀에는 익숙하고 마음에 남기는 인상은 강렬한 것이 항상 놀라움이며 감동이다. 이에서 새삼 깨닫는 것은 쉼 없이 가는 세월의 무상함이다. 그 세월이 벌써 뚜렷한 흔적도 없이 또 한 해를 보낸다는 사실이 허탈하다. 하늘을 휙 나는 비행체는 창공에 긴 비행운(飛行雲)을 남기고 파도를 가르는 배들의 스크류 회전은 뒤에 빠르고 기다란 소용들이 물살을 일으킨다. 세월은 그도 저도 아니어서 우리가 곤히 잠든 새, 쥐도 새도 모르게 바람처럼 왔다 사라지는 도둑과 같다 느껴진다. 더구나 세월이 오고 갈 때 개도 짖지 않으니 말이다.

육조시대(六朝時代)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은 난세에 관리가 되고 부귀를 누리기엔 너무도 청렴결백했기 때문에 그의 일생은 가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시 대부분은 전원생활, 음주의 낙을 읊은 것이지만, 인간의 내면생활을 문제 삼은 철학적인 시도 적지 않다.

아래의 “잡시(雜詩)”라는 시도 그런 철학적, 인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생은 뿌리없이 떠다니는 것[人生無根帶/인생무근체] / 밭 두렁의 먼지처럼 표연한 것[飄如陌上塵/펴여백상진] / 바람따라 흐뜨러져 구르는[分散逐風轉/분산축풍전] / 인간은 원래 무상한 몸[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 땅에 태어난 모두가 형제이니[落地爲兄弟/낙지위형제] / 어찌 반드시 골육만이 육친인가[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 기쁨 얻거든 마땅히 즐겨야 하며[得歡當作樂/득환당작락] / 말 술 이웃과 함께 모여 마셔라[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 젊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으며[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 하루에 아침 두 번 맞지 못한다[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라[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청결한 일생으로 정절선생(靖節先生)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성년부중래는 화살처럼 흐르는 것이 인생이고, 그 가운데 젊은 시절은 매우 중요한 때이므로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뜻이다. 앞의 잡시에는 성년부중래 이외에 일일난재신(一日難再晨),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등의 고사성어가 유래하며, 특히 성년부중래, 급시당면려, 일일난재신, 세월부대인은 한국의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실려 면학을 권장하는 말로 인용된다.

불로초(不老草)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진시황(秦始皇)도 고작 50년을 사는 데 그쳤다. 누구나 자신만은 늙지 않고 항상 젊게 살 것 같지만 세월이 가만 두지 않으며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그래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백발을 보고 깜짝 놀란 이태백(李太白)이가 있었고 오동나무 잎 새에서 들려오는 가을소리에 세월의 빠름을 한탄했던 주자(朱子)도 있지 않았겠는가.

조조(曹操)는 인생을 조로(朝露)에 비유했다. 과연 두보(杜甫)의 고희(古稀)에서 볼 때 나이 일흔 넘기기가 예로부터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짧디 짧은 인생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이태백처럼 술로 한 평생을 보낸 자가 있는가 하면 도연명처럼 전원(田園)에 묻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지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한 세상 살아갈 바에야 열심히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세상 싫다고 다들 산으로 전원으로 들어간다면 이 사회, 이 나라는 어찌할 것인가. 설사 마음이야 떠날지라도 몸은 떠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일까. 도연명은 이런 말도 남겼다.

-盛年不重來   젊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으며 / 一日難再晨   하루에 아침 두 번 맞지 못한다. / 及時當勉勵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라 / 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찌 보면 도연명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한계가 아닐까?

-차창 밖을 내다보니 산도 가고 나도 가네. / 내려서 둘러보니 산은 없고 나만 왔네. / 갈 때는 다 두고 나만 가는구려. / 메뚜기도 한 철이란 말이 있다. / 모든 것이 때가 있듯 우리 인생에도 때가 있다. / 오~ 늙었구나. 이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 한탄해 보아야 이미 때는 늦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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