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오늘, 나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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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오늘, 나는 어디에 있는가
  • 우중화 시인
  • 승인 2019.12.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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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화 시인

2019년 12월이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올 한해도 마지막 한 장을 남겨놓는다.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혹시나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지는 않았는지. 그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스스로 기억해낸다. 지난 시간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바쁜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바쁘게 자신의 일정을 최선을 다해 움직였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다. 그것은 스스로가 세운 꿈이었고 자신의 가족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의 친구였을 것이다.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늘 바쁘게 움직인다. 어쩌면 우리는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맡겨진 일 뿐만이 아니라 눈뜨면 보여지는 TV를 통해 보는 영화나 읽는 책속에서 또한 수시로 바뀌는 기술과 정보 속에서 어느 땐 무방비상태로 끌려가기도 한다. 인터넷만 열면 24시간 내내 구입하게끔 편리성과 효율성을 갖춘 다양한 물건들의 광고는 나만의 취향인양 매일같이 유혹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어디를 더 가야 할까. 우리의 감수성을 수시로 건드리며 그것이 없는 지금의 내 삶은 무언가 부족한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마저도 조성시킨다.

이러한 보여주는 사물의 자극은 주변을 무언가로 채워야 할 것 같은 욕망을 일으키기도 하고 화려하고 멋진 삶으로 채울 수 없는 것에 대한 불만족이 쌓이게도 한다. 그러한 부족을 채우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그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하고 다시 채우고 다시 구매하고 결국에는 사람의 정신까지도 살수 있다는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는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아주 서서히 진화되어 온 인간들만이 가진 욕구이고 욕망이다. 그것은 인간이 세운 성공의 척도가 되기도 하고 점점 행복가치의 표준이 된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공허하다. 해가 지날수록 그 공허감은 넓고 깊어진다. 많은 것을 이루었고 채워진 듯 보이는데 더 채워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자리하기도 한다. 압박감은 늘어가고 더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다시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소비를 하고 더 많은 사람을 찾고 만나게 된다. 주변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여러 소음으로 가득해진다. 왠지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하루 24시간 타인의 삶을 지켜보고 훔쳐본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나를 더 공허하게 만든다. 우리는 다시 바빠진다. 언젠가부터 내가 사라진다. 내가 원하던 꿈도 소소한 소망들도 겹겹으로 페로소나를 입는다. 무엇으로 행복해야 하는지 혼돈의 시간이다.

한편에서는 미니멀리즘을 말하고 소확행을 들려준다. 여러 사람들이 침묵을 예찬하고 삶의 느림을 얘기하기도 한다. 바쁘게 물질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만이 생의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양한 물건을 구입하고 새로운 유행을 따른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도 한다. 그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잠시 놓친 것뿐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것에 특별하게 애착을 하고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무엇을 더 잃어버리는지 가만히 멈추고 들여다보도록 하자.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의 표본도 아닌 본인만의 행복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십이월은 그런 달이다. 나를 찾아가는 달. 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발견하는 달. 톨스토이는 질문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하고, 고갱은 그의 작품으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스스로 묻는다. 현대인들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핸드폰을 보는 횟수가 150번은 된다고 한다. 오늘은 조용히 묵음으로 손에서 내려놓는 건 어떨까.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나만의 계절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내가 목적했던 삶의 방향, 도전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오늘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보며 스스로 나만의 답을 찾아가보는 건 어떠할까. 그래서 십이월이 좋은 이유다. 마지막 남겨진 한 달이 아니라 새로이 여는 2020년도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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