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발달은 걷기부터’가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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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발달은 걷기부터’가 무슨 뜻?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12.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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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근육을 발달시키려면 무슨 운동을 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중량을 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근육의 크기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중이나 중량기구를 이용해서 근육에 자극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운동을 저항운동 또는 근력운동이라고 한다.

저항운동과 구별되는 또 다른 운동형태가 심폐지구성 운동이다. 이 심폐지구성 운동을 통해서는 심장 및 혈관의 기능, 호흡기능을 개선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걷기나 달리기, 수영, 사이클, 축구나 배드민턴과 같이 신체를 이동하거나 전신의 근육을 동시에 움직이는 운동이 여기에 속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형태의 운동이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매스컴의 조명에 따라서 어느 한 운동에 더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즈음은 노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근육발달을 위한 저항운동이 강조되고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특히 하체근육의 감소가 뚜렷하고 순발력(파워)과 관계있는 속근섬유가 더 일찍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몸의 근육량은 감소하고 체지방량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저근육형 비만을 ‘사르코페니아(sarcopenia)’라고 한다.

적정량의 근육을 유지하는 것은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매우 결정적 요소이다.

특히 엉덩이나 허벅지 근육이 중요시되고 있다. 일정 근력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하므로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근육은 인슐린저항성의 위험성을 낮추고 휴식 시 에너지소비량을 유지하는 데도 필요하다.

그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근육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게 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각종 염증조절과 관련된 물질, 즉 면역기능에 관여하는 신호물질이나 신경보호작용을 하는 호르몬도 분비하는 기관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노년기에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근력운동을 시작할 때, 특히 평소에 운동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운동에 의해서 근육의 크기가 증대하는 것은 근섬유막과 근초 사이에 존재하는 위성세포의 작용에 의해서이다. 이 위성세포가 평소에는 잠자고 있는 상태로 있다가 근섬유에 기계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활성화되고, 증식하면서 근세포핵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근단백질의 합성을 활발해지면서 근육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즉 근육의 성장은 운동에 의해 근육의 초미세구조에 일종의 손상이 발생하고, 이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일어나는데, 이 때 위성세포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위성세포의 기능이 노인에게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위성세포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근력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발달하지 않는다. 더구나 사르코페니아와 같이 근육감소증이 심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높은 중량을 사용하는 근력운동은 근섬유의 손상이 쉽게 복구되지 않고 심하면 영구적 손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근육발달의 전제조건으로서 근섬유 당 분포된 모세혈관수의 비율이 최소한 어느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을 근비대를 위한 ‘모세혈관역치(capillarization threshold)’라고 한다. 결국 각각의 근섬유는 이 모세혈관을 통해서 필요한 에너지원과 산소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근육에 분포한 모세혈관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심폐지구성운동이 근력운동보다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사르코페니아와 같이 근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근육의 발달을 위해서 일지라도 처음부터 본격적인 저항운동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전에 일정 기간 동안 걷기와 같은 심폐지구성 운동을 먼저 하거나 아주 가벼운 저항운동부터 시작하거나, 이 두 가지 운동을 적절히 섞어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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