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뒤집듯 약속 깨는 정치인…조선 ‘회맹록’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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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뒤집듯 약속 깨는 정치인…조선 ‘회맹록’을 아는가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12.05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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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속 고통 받는 백성을 구하자
피로서 맹세한 조선 건국 공신들
가산박물관 박희구 관장
“요즘 정치판은 배반의 정치,
피의 맹세 의미 새겨야” 강조

“정치는 국민이 편안하고 잘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치판을 보면 국민 보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우선시 하고, 어제 한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한다”

가산박물관에서 만난 박희구 관장은 현 정치권 행태를 이처럼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관장이 펼친 것은 조선 건국 ‘회맹록’이었다. 왕의 타락과 부패정치로부터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자며 피로서 맹세한 조선 건국 공신들. 그들의 맹세 서약서인 피의 약속 회맹록 속으로 들어간다.

회맹록은 임금이 공신들과 모여서 맹세하고, 그 사실과 공신들의 성명 및 직위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 회맹은 1401년 2월 개국공신, 정사공신, 좌명공신으로 책봉된 66명이 회맹한 후 작성한 기록이다. 특히 태종대왕 회맹록은 1404년 삼공신 회맹을 하고 하늘과 성황제에게 제사를 올리며 그 공적에 따른 관직명을 작성한 기록이다. 참석자는 수결하고 빠진 자는 비워 뒀다.

또한 태종대왕이 왕위를 이어받은 뒤 직접 회맹족자를 만들어 세 번 맹세한 신하를 기록해 1407년 3월 29일 각 공신의 집에 나눠줬다. 그해 7월 12일에 반역자 민무구·무질 형제를 위리안치한 후 3년 뒤 숙청과 동시 공신록권도 박탈했다. 66 삼공신 회맹록을 볼 때, 하륜의 회맹록 원본은 없어진 채 호정집에 수록돼 있다. 양식상으로는 동일하지만 호정집의 경우 서압의 판독에서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1410년 간행된 태조대왕 회맹록에선 63인이다.

또 회맹제문 서압이 조선국왕 신(臣) 이방원이라는 왕명이 회맹족자에는 없어 차이를 보인다.

이는 제문이기 때문에 이름을 넣어 이방원이 고하는 것이고, 족자에는 수결할 때 왕이 참여하지 않았고 중신들에게 왕이 직접 만들어 나눠주는 회맹족자이기에 왕명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 서명부에 이(李)(  )원(遠)이라고 하고 감출지로 덮어 놓은 것으로 보아 왕에 대한 예를 한 것으로 보여 진다.

박 관장은 경북 무형문화재 제305호 회맹록 필사본과 공신록 목판본 309호 등 2점을 소장하고 있다. 600년이 흐른 현 시대에 조선 건국 회맹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의미를 새기며 회맹록 일부를 소개한다.

해가 태종4년(1404) 갑신에 머무른 11월 기해 16일 갑인일에 조선국왕 신(臣) 이방원(李芳遠)은 삼가 개국공신, 정사공신, 좌명공신들을 거느리고 감히 하느님과 조상영혼과 나라의 토지신, 곡식신과 산천의 모든 신령님께 고합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데 나라에 임금과 신하, 친구들이 있음은 가정에 부모 자녀와 형제가 있음과 같사오며, 마땅히 충성과 진살, 성실과 조심으로서 그 마음을 굳게 맺어 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존해야겠습니다. (중략) 이제부터 맹세한 뒤에는 각자가 힘써 서로 한마음으로 충성하고 성실하게 행동하여 서로 믿고 사랑하고 감싸주어 친하기는 친족과 같고 굳기가 쇠붙이와 돌같이 단단할 것입니다. 또한 정성을 다하고 충성을 다하여 왕실을 돕고 사사로운 욕심은 버리고 옳은 일을 따르며 항상 국가를 안이 하고 국민을 이롭게 함을 신념으로 삼을 것입니다. 부지런히 힘을 합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길이 복록을 누리고 함께 안정 번영을 확보하여 세세대대로 자손이 오늘을 잊지 말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사심을 품고 부정을 감추어 맹세를 깨고 화합을 등지며 남몰래 두마음을 품어 모략을 꾸미고 흠집을 만들며 무리로 갈리고 당파를 맺어 숨어서 뒤엎기를 계획하는 것은 천지를 속이고 신을 속이고 임금과 아비를 배반한 것입니다. 그러니 저승에선 반드시 신의 벌이 있을 것이고 현실에서는 국가에 해를 끼친 범법자로 벌을 받음은 그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고 화가 자손에게 미칠 것이요, 당연히 법으로서 논함이 역시 이미 한 맹세의 기록과 같은 것으로 이는 다 자기가 취한 것이니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천지신명 앞에 제각기 엄숙히 맹세하여 길이 힘써 소홀함이 없을 것입니다. 삼가 깨끗한 술과 큰 제물로서 이에 베풀어 밝히 바치오니 부디 받아주시기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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