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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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19.12.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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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편(2) -
배정옥 수필가

지난호에 이어…
한국사람 이라면 중국에서 대표적인 강을 대라면 바로 4대 문명의 발원지 ‘황하’를 말할 것이다. 장강,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이며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강이다. 란창강 혹 메콩강이라고도 한다. 티벳인들에게는 눈물의 강, 동남아!! 중국,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다섯 나라를 흐르는 인도차이나반도의 생명의 젖줄이면서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이 곳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고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인 어획량이 풍부하다. 베트남의 수난시절에 국가를 도피해 이곳으로 이주했던 국민들을 베트남 정부가 받아주지 않는 처지여서 오지 생활자가 많다. ‘밥퍼’ 다일공동체의 최일도 목사가 그곳에서 자선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투레샴으로 가는 길에서 본 수변의 가옥들은 나무 기둥으로 얼키설키 엮어 만든 옛 우리나라 판자촌을 연상케 했다. 왠지 불안하였다. 가벼운 바람에도 훅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강물은 탁한 황톳물로 출렁인다. 인근 산에서 황토를 파서 배로 운반을 하기 때문이었다. 일행과 배를 타고 출발하자 특유의 비릿한 어류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곳 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젓갈을 담는다고 했다. 그 냄새인 것 같았다. 순간, 언제 탔는지 모를 5살, 10살 사내아이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는, 찰싹 달라붙어 차례대로 막무가내로 안마를 하고는 ‘1달러’를 요구했다. 언제 따라붙었는지 조그만한 배 한 척에 어린아이가 음료수 호객을 했다. 참 당황스럽고 어안이 벙벙했다. 한참 재롱을 부리고 유치원에 학교에 있어야 할 어린아이들이 생계수단에 내몰리는 실상에 가슴이 휑했다. 우리에게는 그 ‘1달러’ 천원이 가치 없는 돈이지만, 그들에게는 밥 세 끼를 해결하고 하루를 살 수 있는 돈이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려가니 넓은 호수가 나오고 ‘수상 가옥’이 보였다. 물 위라는 것 외에는. 교회, 주유소, 슈퍼, 학교, 카페도 있었으며 필요한 것은 다 있는듯하다. 골목골목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 물살을 가르며 지나면서 보니 청소하는 사람 잠자는 아이 요리도 하고 사람 사는 일상이었다. 그 사이로 배 언저리에, 플라스틱 대야를 탄 위험천만의 사내아이가 그 ‘1달러’! 외치며 다가왔다. 이제 막 유아 티를 벗은 아이와 애처롭게 구걸하던 젊은 여인의 눈빛, 지금도 내 귓전에 웅웅웅 들리는듯하다.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참 부담스럽고 곱지 않은 장면들 사이로 우리나라 태극기가 커다랗게 걸려있는 건물이 보였다. 다일공동체의 최일도 목사가 학교를 세우고 우리나라 말과 그들의 모국어를 가르치고 밥을 주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우리의 태극기를 보니 가슴이 찡하고 이국 땅에까지 봉사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애국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앙코르 유적지
자연은 아름답다. 계절의 변화가 있고 그 절기에 따라 바람과 향기가 달라서 좋다. 어느새 입춘이 지났다. 산수유 꽃망울이 노란 입술을 살짝 열었다. 곧 피고 지리라.

한동안 마음이 고요치 않아 밀어두었던 한 달여 전 다녀온 캄보디아 앙코르 톰! 뜨겁던 태양 아래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그 돌덩이들이 하나하나 살아서 움직였다. 그 경이로움이 바이욘 사원의 ‘천상의 미소 사면상’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입가에 살짝 비치는 그 미소가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받아 적었던 수첩을 뒤적이며 저만치 달아나던 망각의 파편들을 퍼즐 맞추듯 조각들을 맞추었다. 휘갈겨 쓴 내용 중에는 그 의미가 연결되지 않는 모호한 것들도 많았지만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나에게 절실히 다가와 닿는 순간이다. 앙코르 왕족의 역사와 돌조각에 담겨있는 의미를 모르고 보게 된다면 그 값진 유물은 결국 하찮은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살아서 가볼 만한 곳 50선 중 1위이다. 당연히 으뜸인 앙코르 톰, 해자로 둘러싸인 지역 전체를 의미하는 사원일 것이다. 그 안에 바욘 사원, 레퍼 왕 테라스, 코끼리 테라스, 바퓨욘 사원 등의 유적이 남아있다.    

각 변의 길이가 약 3km로 되어 있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8m 높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성벽 사이로 수천 시간을 건너온 아름드리 고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다. 용처럼 ‘구불텅구불텅’ 유적을 감아 오른 기세가 긴긴 세월 쌓이고 쌓인 삶의 더께를 말해 주고 있었다. 사방으로 총 5개의 출입문이 있다. 앙코르 톰의 성문으로 통하는 5개의 큰 통로 양쪽에는 각각 54개의 석상들이 서 있었다. 입구를 들어갈 때 기준으로 오른쪽엔 선신들이, 왼쪽에는 악신들이 서 있다. 악신들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고, 머리에 무사들이 하는 장식을 두르고 있다. 반면 선신들은 아몬드같이 성글성글 생긴 눈과 원추형으로 감아올린 머리를 한 평화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들의 마음속엔 악과 선이 존재하다는 뜻인 것 같다. 자야바르만 7세는 앙코르 제국을 불교 중심으로 건설하였다. ‘왕즉불’ 자신이 곧 백성에게 자비를 베푸는 부처라고 생각했다. 그는 백성을 보살피는 자비로운 부처의 이미지를 사면의 얼굴을 가진 탑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가 건설한 많은 사원에 모셨다. 바이욘은 그러한 그 부다 라쟈(부다=부처, 라쟈=왕) 사상이 극도로 형상화된 곳이 아닌가 싶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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