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운동을 배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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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운동을 배워야 하는 이유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12.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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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운동을 처음 배우는 과정에 남달리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을 토로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테니스나 탁구, 수영과 같은 운동을 처음 배울 때 남들은 쉽게 배우는 것 같은데 유독 자기만 뒤처지는 것 때문에 느꼈던 좌절감이 운동을 멀리하게 된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운동을 배워야할 이유가 있다. 이는 뇌의 가소성과 관련이 있다. 가소성이란 어떤 자극에 대응하여 변화가 쉽게 일어나는 성질을 말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뇌와 신경의 가소성이 떨어지므로 새로운 운동기술이나 움직임을 배우기가 더 힘들게 된다.

뇌의 가소성에 대한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엔지니어이자 유명한 유튜버인 데스틴 샌드린의 ‘거꾸로 뇌 자전거’ 이야기이다. 어느 날 그의 용접공 친구가 특별한 자전거를 만들었는데, 그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모든 것이 똑같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바퀴는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가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바퀴가 왼쪽으로 가도록 만든 자전거였다. 어릴 적부터 25년간 자전거를 탔던 샌드린은 처음에는 쉽게 그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가려고 하는 방향의 반대로만 핸들을 조작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생각과는 다르게 단 1-2m도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그 후 샌드린은 매일 연습을 했는데, 수없이 넘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8개월이 되어서야 그 자전거를 서투르게나마 탈 수 있었다. 이후 샌드린은 여러 대학이나 컨퍼런스에 초청되어 그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강연을 하였다. 수 년 동안 청중 중에서 단 3m라도 탈 수 있는 사람에게는 200불을 주기로 하였지만, 그 누구도 그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그는 어린 아들에게 똑같은 원리로 만든 자전거를 타도록 하였다. 그 자전거를 타면 평소 아이가 원하던 호주의 우주비행사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그런데 자전거 경력이 3년인 아이는 불과 2주 만에 그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뇌의 가소성이 어린 시기에는 매우 높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감소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한 번 형성된 뇌의 신경회로를 바꾸어 그 경로를 재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해준다. 운동기술을 배운다거나 폼(form)을 배우는 것은 뇌 자체의 신경회로 뿐만 아니라 뇌와 운동신경이 최적의 경로를 형성하여 마침내 효율적으로 근육을 사용하도록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점차 무수히 많은 운동을 ‘학습’한다. 제일 먼저 목을 가눌 수 있게 되면 다음으로는 몸을 뒤집고, 기는 동작을 연습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집고 일어서고 마침내 아장아장 서툰 걸음을 걷는다. 무수히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뛸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동작은 점차 섬세해진다. 예를 들어 바닥에 떨어진 콩알을 집을 때 어린아이는 다섯 손가락을 다 오므려서 콩알을 집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엄지와 검지만을 사용하여 주어 올릴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얻어지는 학습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비록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며, 마땅히 칭찬받을 존재들이다. 콩알을 두 손가락으로 집을 수 있다면 말이다.

운동을 처음 배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운동을 처음 배우며 겪게 되는 어려움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뇌와 운동신경의 경로를 형성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바로 새로운 신경세포의 탄생과 성장을 돕는 신경성장인자들도 그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활발하게 생산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늦었다고 깨닫는 그 시점이 운동을 배우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세월이 갈수록 뇌의 가소성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꼭 기억할 것은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한다. 잘못 배워서 잘못된 신경회로가 형성되면 이것을 뜯어고치는 일은 몇 배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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