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국정책과 식민지 탄압 속 핀 기독교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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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국정책과 식민지 탄압 속 핀 기독교 신앙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12.26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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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광서 25년 영국 목사 양격비
중국어 성경 번역 납 활자로 발행
1922년·30년 조선 경성 대영성서공회
한문 관주 조선어 성경 발행

가산박물관 박희구 관장

“고난과 역경 속에서 피어난 기독교

당시 성서와 찬송가에 오롯이 담겨”

“저들밧게 한밤중에 양 틈에 자든 목자를 한 텬사가 젼하여 준 쥬 나신 소식 들엇네 노엘 노엘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섯네”

1920년대로 추정되는 기독교 찬송가 250장에 ‘첫 번 크리쓰마쓰’라는 제목의 성탄 노래다.

이 곡은 현 통합찬송가 123장 ‘저들밖에 한밤중에’ 곡으로 “저들밖에 한밤중에 양 틈에 자던 목자들 천사들이 전하여 준 주 나신 소식들었네 노엘 노엘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이 곡은 17세기 영국곡으로 조선 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함께 전해진 찬송가다. 

부활절과 더불어 기독교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성탄절. 예수가 언제 태어났는지 그 정확한 날짜를 아는 사람은 없지만 대개의 기독교인들은 12월 25일을 예수의 출생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바로 어제가 그날이다. 기독인이든 아니든 성탄절은 축복이요, 특히 젊은이들에게 성탄절은 연인과 나누는 환희의 날이다. 하지만 오늘의 행복은 과거 기독인들의 거룩한 순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일제의 식민지 탄압에서도 기독인들은 신념 하나로 신앙을 지켰고 그 고귀한 신앙은 오늘에까지 이어오고 있다. 목숨을 바치며 지켜왔던 그 흔적들을 찾아 가산박물관(관장 박희구)을 찾았다.

허술하지만 보물창고와 같은 가산박물관 소장고에서 기독교 유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박희구 관장은 오래된 성경과 찬송가 등 여러 유물들을 기자에게 내밀었다. 그중 문화적 가치가 높은 몇 점을 골라 소개한다.

먼저 중국어 성경이다. 영국인 목사 Griffith John, 중국 이름 양격비(楊格非) 목사는 1899년(광서 25년) 영한서관연판인에서 중국어 성경을 발행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천주교와 개신교의 탄압이 극한 상황에 우리말 성경 발행은 사실상 차단됐다. 영어보단 중국어에 대한 반감이 적은 것과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방 선교사들에게 서툰 우리말 보다 중국어 성경 발행은 접근하기가 쉬었다. 이후 우리말 성경은 중국어 성경을 토대로 번역됐다. 그러다보니 이해가 쉽지 않은 번역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박희구 관장은 “신약성경 마태복음 14절에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라고 했다. 여기서 좁은 문은 중국어 성경에는 협문으로 돼 있다. 협자는 낄협(挾)자로 끼인 문을 의미한다”며 우리말 성경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마태를 말마 馬자 클태 太자를 써 馬太로 표기했다. 외국 이름이나 외래어에 대한 우리식 표현이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 쉬운 한자를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말 성경으로는 1922년 조선경성 대영성서공회에서 발간한 신약전서가 있다. 1930년 신구약성경에는 한문관주도 돼 있다.

천주교 성경은 신약성경을 예수의 탄생에서부터 부활까지를 순서대로 이야기 형식으로 돼 있어 특이하다. 발행연도가 표기돼 있지 않은 이 천주교 성서는 ‘봉제후 1쥬일’로 표기돼 있다.

‘봉제’란 현대 천주교에선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희생을 봉헌한다는 뜻이다. 봉제기간이란 대림절(예수 그리스도 탄생일 전 4주 동안의 기독교 절기)과 사순절(부활절 전 사십 일 동안의 수난기간)까지를 말한다. ‘쥬일’은 지금의 ‘주일’을 말하며, 따라서 ‘봉제후 1쥬일’은 예수 탄생 전 4주부터 사순절 후 부활절까지를 말한다. 가산박물관이 소장한 천주교 성경은 바로 이 봉제 후 1주일을 순서대로 기록한 성서다. 

박희구 관장은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은 짧은 기간임에도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드물게 급속히 전파됐다. 이는 순교자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목숨을 바치면서 지켰던 신앙과 함께 살아 움직인 당시의 성경과 찬송가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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