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옥천읍 매화리에 봄은 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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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옥천읍 매화리에 봄은 올는지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1.0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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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옥천휴게소 복권방
운영 놓고 주민 간 대립각
주민들 “기부금 약속 지켜라”
당사자 H 전 이장 “내가 왜”
경부선 옥천휴게소에서 운영되는 복권방이 주민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옥천휴게소 복권방 운영에 따른 마을기금 기부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옥천읍 매화리. 20여 년 전 이 마을에 고속도로 휴게소가 들어서면서 사건의 발단은 시작된다.

마을 주민 A씨에 따르면 당시 이 마을에 휴게소가 들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주민들은 토지를 매도하게 됐다. 도로공사는 그런 주민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휴게소 내 간이 매대 운영권을 줬다. 당시 이장직을 맡고 있는 H씨는 개인사업자를 내고 운영에 들어갔다. 매대가 마을에 주어진 만큼 주민들은 수익의 일부를 마을기금으로 환원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H씨는 이를 거절했고 결국 주민들은 도로공사 충북본부에 찾아가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조정결과 매월 휴게소 측에서 30만 원, H씨가 10만 원 등 총 40만 원을 기부하기로 해 사건은 일단락되는가 했다. 하지만 H씨는 이를 거부하고 그 대안으로 매년 100만 원 마을기금을 약속하고 사태는 종결됐다. 이때가 2001년 3월이다. 합의 내용이 잘 이행되지 않자 3년 뒤 2003년분 50만 원 미납금에 대해 완납하고 이후 매년 100만 원씩 납부할 것을 재 약속하는 합의서가 작성됐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후 일부만 지켜졌을 뿐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주민 B씨는 “장부를 보면 2012년과 13년, 15년에 50만 원 납부기록이 있을 뿐 그 외는 알 수가 없다. 2016년부터는 아예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H씨는 “휴게소를 하는데 자꾸 동네에서 기금을 보태달라고 하도 해서 조금 줬다. 장사도 안 되는데 마을에 줄 이유가 뭐냐. 당시 P이장이 몇 사람에게 말했으니 그만 내도된다고 해서 없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초 기부 사유에 대해 “자꾸 동네에서 몇 사람이 이장이닌까 그런 사업도 하는 것 아니냐며 내놔라고 했다. 몇 번 낸 것도 후회스럽다. 동네 것이라면 인정이 가지만 나를 좋게 안 보닌까 헛소리 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P 전 이장은 “H씨가 기부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내라고 하는 것은 도둑놈 아니냐. 당시 H씨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억어지 써서 당한 것”이라며 “2014년 말 총회에서 더 이상 납부하지 않기로 결의했었다”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의 대립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H씨는 구랍 26일 마을 경로당에 100만 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노인회 측은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H씨는 “준 것을 어떻게 받냐. 다시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반납수령을 부인했다.

노인회장 C씨는 “회원들이 H씨의 기부금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해서 당사자에게 반납의사를 전했다. 내 처남이기도 한데 날더러 가지고 있으라고 해서 일단 내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 D씨는 “옛날에 우리 마을은 참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마을로 옥천에서 소문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끼리 싸움이 심해 이장도 뽑지 못하는 이장 없는 마을”이라며 “마을 이름은 매화처럼 이쁜 마을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됐는지 큰 일”이라고 개탄했다.

매화꽃처럼 아름다운 옥천읍 매화리에 언제나 봄이 찾아올는지 혹한기 주민들의 냉랭한 가슴은 뼈 속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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