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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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21)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0.01.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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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흰색 국화
흰색 국화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 어느 마을에 한 남자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일본인 고용주의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 들키고 말았다. 아버지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둘의 사랑을 반대했고, 남자는 딸에게 돈 벌어 부자가 돼 돌아올 테니 기다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꽃을 좋아하는 딸은 “일본에서 볼 수 없는 꽃과 씨앗을 가져다 달라.”며 서로 굳은 다짐을 하였다. 몇 년 동안 고생한 남자가 딸에게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황이었다. 남자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흘린 눈물 자리에 국화 씨앗이 떨어져 자라 핀 꽃이 바로 ‘흰색국화’였고, <성실>이 꽃말이 되었다. 또 하나의 씨앗이 눈물을 머금고 자라 핀 꽃이 ‘노란국화’인데, <짝사랑>이 꽃말이 됐다. 국화는 품종별 꽃말, 유래 등이 달리 전해지고 있다.

석산화
옛날 불도를 행하던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산사에 온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녀만을 연모하고 그리워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양지바른 곳에 묻혔는데, 스님의 무덤에서 긴 꽃대를 가진 선홍색의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꽃을 석산화(石蒜花)라 불렀다.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말은 <애절한 사랑>인데, 꽃과 잎이 서로 피는 시기가 달라 만나지 못하고, 전설과 꽃말이 비슷한 ‘상사화’와 많이 닮아 있다. 화단에, 아름다운 이 꽃이 활짝 피었고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안젤로니아꽃
옛날, 멕시코 어느 시골에 예쁜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늘 천사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였는데, 어느 햇볕 뜨거운 여름날 개울물을 산 중턱에 뿌리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천사의 얼굴을 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흘러 100일이 다 되도록 천사의 얼굴을 그리며 기도했으나, 쓰러지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이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천사의 얼굴>이라 불렀고, 꽃말이 되었다고 한다. 표준재배식물목록에선 찾아볼 수 없지만 관상용으로 키우는 낯선 꽃이기도 하다.

물봉선화
옛날 한 조그만 산골마을에 착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순박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이 마을에 큰 도둑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착하기 이를 데 없던 이 여인이 억울하게 그 사건과 관련해 도둑의 누명을 쓰고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 뒤, 이 여인은 자기가 도둑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해명을 해보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진실을 믿어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속이 상한 여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봉선화로 다시 태어났다. 봉선화로 태어난 그녀는, 그때의 한이 풀리지 않아 누구라도 자기를 건드리기만 하면 씨 주머니를 터트려 자기의 결백을 보여주려는 의미,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가 꽃말이 되었다. 계곡 습지에서 자생하는 물봉선화는, 원조 봉선화와는 태생을 달리하고 있다. 대신에 질병치료재로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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