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지구력 선수들, 코어근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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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지구력 선수들, 코어근육 이야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1.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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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인류역사 상 전례가 없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근육들이 있다. 하루 종일 컴퓨터나 스마트폰 앞으로 쑥 내민 5~6kg이나 되는 머리를 목과 등 뒤에서  붙잡고 지탱하는 일을 하는 근육들이다. 이들은 후두부와 척추 사이에 붙어있는 목널판지근과 같은 심부근육들이다. 이러한 심부근육 중에서 가슴과 허리 부위의 몸통을 지탱하고 척주와 골반을 연결하여 안정화시키는 근육을 지칭하여 코어근육이라고 한다.

요즘 코어운동이 요통 등을 예방하는 운동으로 유튜브나 방송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코어근육은 인체의 움직임을 확고하게 지지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더 파워풀한 몸의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서 투수가 포수의 미트를 향해서 빠른 볼을 던지거나 축구선수가 강력한 킥을 구사할 수 있는 힘은 팔다리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그 힘은 척추와 척추 사이, 그리고 척추와 골반 사이를 이어주는 몸 안쪽의 근육들에서부터 생성된다.

그런데 심부근육들은 주로 지근섬유로 되어 있다. 이 지근섬유는 피로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지구력을 특성으로 갖고 있다. 하루종일 앉아 있거나 서있거나 척주를 잡아주는 일을 하려면 당연히 지구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근에 비해 지구력은 약하지만 수축속도가 빨라서 순발력에 유리한 근육은 속근섬유라고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느라 앞으로 나온 머리를 온종일 뒤에서 잡아주는 역할은 주로 지구력 선수인 심부근육들이 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아무리 지구력이 좋다고 해도 결국은 한계가 오고 만다. 마침내 목과 어깨, 그리고 등 부위에서 견디기 힘든 통증이 나타난다. 이 통증은 이 지구력이 좋은 선수들도 완전히 지쳤다는 신호이다. 너무 지쳐서 쉬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비명소리인 것이다.

한편 이들에게 중노동을 시키는 동안 할 일이 없어 놀고먹는 근육도 있다. 이것도 문제를 일으킨다. 연구들은 요통환자의 경우 척주나 골반을 안정화시켜주는 복부 안쪽의 배가로근이  비활성화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서있는 자세에서 옆으로 팔을 벌려서 덤벨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생각해보자. 이 동작은 어깨를 두툼하게 감싸고 있는 어깨세모근이라는 근육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덤벨을 옆으로 들어 올릴 때 정상적으로는 배가로근이  어깨세모근보다 먼저 활성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팔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먼저 이 배가로근이 긴장하여 복부의 내압이 올라가고 몸통과 골반이 안정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통환자의 경우에는 어깨세모근에 앞서서 배가로근이 먼저 활성화되는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몸의 움직임을 지지해주는 인체 중심부의 안정성이 떨어져 있음을 뜻한다.

코어근육의 안정화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줄로 쌓여있는 책을 연상해보자. 그리고 척추는 책이고 근육은 탄성을 가진 끈이라고 생각해보자. 이 쌓인 책을 탄성이 있는 끈으로 묶어서 옮기려고 한다. 이때 끈을 바깥으로 돌려서 크게 한번만 묶으면 이동하면서 흔들리거나 기울어질 때 책이 삐져나올 위험이 클 것이다. 그런데 개개의 책들을 먼저 묶고 난 다음에 바깥으로 다시 한 번 묶는다면 안정되게 책을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코어근육은 골반 위에 세워져 있는 척주를 적절한 커브를 유지하도록 하고, 견고하게 붙잡아 줌으로써 걷거나 뛰는 운동을 안정되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코어근육을 강화시키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프랭크동작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허리부위에 디스크가 있거나 척추주변의 근육이 많이 약화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 무작정 이 동작을 따라 해서는 요통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든 것처럼 개개의 책들을 묶은 끈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프랭크운동처럼 몸을 엎드린 자세를 취하는 것은 허리에 너무 과도한 부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어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은 자신의 근력수준이나 통증여부를 고려하여 호흡운동부터 단계적으로 행하여야 한다. 척주는 척수라는 신경의 경로를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기둥이다. 이 기둥의 안정성과 가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은 평소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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