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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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성호(三人成虎)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20.01.0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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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요즘 ‘가짜뉴스’라는 말이 종종 들려온다. 사람의 귀와 입을 통해서 빠르게 확산되는 소문은,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그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누군가를 곤란한 처지에 빠트리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가 발달해서 이런 잘못된 소문, 가짜 뉴스의 폐해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세 사람만 있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이러한 소문의 확대 재생산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중국 전한시대(前漢時代)의 유향(劉向)이 기원전 475~222년,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수많은 제후국 전략가들의 정치, 군사, 외교 등 책략을 모아 집록한 자료를 전국책(戰國策)이라 한다. 그 전국책 위책(魏策)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위(魏)나라 혜왕(惠王) 때 일어난 일이다. 위나라는 외교 관례상 조(趙)나라에 인질로 태자와 그의 수행원을 보내야만 하였다. 태자의 수행원으로 중신 방총(龐蔥)이 선발되었다.

방총은 조나라의 도읍 한단(邯鄲)으로 떠나기 전에 왕을 알현하고 왕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금 어떤 한 사나이가 시중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전하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겠다.”

“그러면 두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과인은 의심해 보겠노라.”

“세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과인은 그것을 믿을 것이오.”

“저 시내 한가운데에 호랑이가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말에 의해 호랑이가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이제 신이 태자를 모시고 한단으로 가면 이곳 대양(大梁)은 저자 거리에서 멀리 있고, 신을 험담하는 자가 세 사람이 넘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이것을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과인이 알아서 하겠소. 과인은 유언비어를 절대 믿지 않을 것이오.”

왕은 어떤 중상이든지 결코 믿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떠나자마자 방총을 비방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몇 년 후 인질로 간 태자는 풀려났으나 왕의 의심을 받은 방총은 귀국하지 못한 신세가 되었다. 방총은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왕에게 간언한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삼인성호(三人成虎)이며, 혹은 삼인시호(三人市虎)라고도 한다. 세 사람이 짜면 거리에 범이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는 뜻으로,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다시 말해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믿게 된다는 뜻이며, 유언비어(流言蜚語)로 진실을 숨기는 것을 비유할 때도 종종 사용된다. 동의어로 시유호(市有虎), 시호삼전(市虎三傳), 삼인언이성호(三人言而成虎)가 있다.

길거리 횡단보도에서 아무것도 없는 맑은 하늘을 한 명이 이상한 듯 쳐다볼 때 주변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함께 쳐다볼 때도 역시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무관심하다 하지만, 쳐다보는 사람이 세 사람이 되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상황에 따른 사람의 심리를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이를 달리 해석해 보면 두 사람만 잘 설득하여 함께 길을 간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우리 사회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말들이 혹시 진짜 호랑이를 만들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거짓소문, 가짜뉴스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우선 소문의 진원지(震源地)가 어디인지 파악해야 하고, 소문의 주인공보다 그 진원지를 더 신뢰할 수 있는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소문을 만들어낸 자와 소문의 주인공 사이의 이해관계가 어떠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개인적 차원이라면 일일이 불러다 대질심문이라도 하겠지만,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소문과 뉴스라면 그 진위를 밝히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판관 포청천’이 돼야 하나. 포청천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별력 있는 개인, 현명한 시민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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