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한발 벗어나 한적한 삶을 추구해 들어온 곳 군북면 비야리. 신선혜(65)· 윤석재(66) 부부는 2012년 이곳에 땅을 매입한 후 4년 전 남편 윤씨가 국세청에서 퇴임한 후 이곳에 집을 짓고 들어왔다. 겨울에만 기거한다는 황토방의 커다란 창문으로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달밤에 보이는 팽나무의 운치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라고 일러줬다. 비 내리는 날 창밖 풍경 역시 매력적이란다. 수백 년 꿈쩍 안 했을 것 같은 바위들이 집 뒤쪽으로 정원석처럼 박혀 있었다. 바윗돌 사이사이 도라지꽃과 구절초를 심고 가꾼다고 했다. 겨울이라 볼 수 없었지만 꽃이 피면 장관일 것 같았다.
신씨는 3년째 비야리 이장으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대청호환경본부와 협약해 도랑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오랫동안 쓰레기와 잡풀로 방치돼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쓰레기를 치우고 나니 마을이 환해진 느낌이었다. 신 씨는 “처음에는 주민들의 호응이 있을지 염려했는데 첫 번째 도랑 살리기 운동에 15명의 주민이 참여해 줬다”며 “지역민들의 단합과 가능성을 보게 돼 너무나 고마웠다”고 전했다. 나중에는 노인회에서도 몇몇 분이 참석해 마을 정화 사업에 호응해 줘 놀라웠다고.
처음 대전에서 이곳으로 들어왔을 때는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얼마 가지 않아 생각을 바꿨다. 마을에 들어온 이상 동네 사람들과 화합하지 않으면 삶의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이웃과 오고가면서 마을 사정을 알게 되면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시도하는 것이 더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비야리로 들어오는 마을 입구에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아야 하는 일이 급선무인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도개마을사업’으로 쓰레기 불법투기지역에 소공원을 만들자는 제안을 올린 상태인데 받아들여지길 기다리고 있단다. 신선혜 씨는 “마을마다 귀촌·귀농인과 현지인의 갈등이 있는데 조용하게 나만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먼저 다가가 친밀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지역사회 변천사에 관심이 많은 신씨는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텅 비어가는 지역이 살아남을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해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이장으로서 바쁜 일과 때문에 아직은 손을 대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집필할 거라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