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난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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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난간에서
  • 강성은 시인
  • 승인 2020.01.2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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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시인

누가 흔들어댔던가_
잠깐 사이 배경이 뒤집혔다, 순식간에

햇빛의 어금니 몇 개가 부러졌고
꽃들은 여백도 없이 사라졌다
그늘로 몸 바꾼 지평, 그리고
구름의 지문이 새겨진 허공

하늘은 스스로 내려 조용히 옷 벗고 바닷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뒷모습이 보여준 언어는 침묵이었으나
장면을 읽어내는 바람의 결귀
유추하건데
아귀가 맞지 않는 생生이란
평지와 구릉이 닿는 모서리, 사거리의 변
빛의 선, 어둠의 벽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이 순간
지구를 누군가 반으로 접었는지
한 귀가 잘린 창백한 낮달이 납작 엎드려 있다
남반구에 걸쳐진 가운은 다소 헐렁하다

풍랑을 따라 흔들리다 보면
수평선을 넘 듯
색色과 음音을 몰아오는 바람의 현絃, 그 음역으로
시간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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